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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시드 지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데 이번에는 처음보다는 부드러운 방식으로 납치하기 시작합니다. 존 시드는 내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화력을 쏟아부어 납치했다면 제이콥 시드는 처음 한 번 나에게 납치되는 신호를 가르쳐줍니다. 이 노래가 나오면 너는 저항하지 못하고 납치될 거라고요. 이 첫 학습을 거친 다음에는 납치단이 나타나 나를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것도 아닌데 일단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면 손을 떼고 로딩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납치 시퀀스는 이제 노래가 나오는 동안 눈앞의 적들을 이유 없이 쏴야 했는데 처음엔 약간 짜증이 났습니다. 아무거나 내키는 대로 먼저 플레이해도 상관없는 오픈월드 게임에서 순식간에 조의를 표하지 않으면 아무 진행도 할 수 없는 콜오브듀티 같은 양상으로 바뀌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시퀀스를 플레이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진행할 수 없으니 짜증은 났지만 이 시퀀스를 반복해서 플레이했습니다. 반복할 때마다 노래가 시작되고 화면이 적색으로 물들면 이전과 똑같이 테이블 위의 총을 집어 이전과 똑같은 자리에 있는 적들을 이유도 없이 쏘기를 반복했습니다.

시퀀스는 조금씩 길어지고 납치의 환각에서 깨어날 때 주변에 죽어 있는 민간인들을 보며 이 다음에 일어날 일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내 의지와 달리 누군가를 죽이게 될 거라고요. 그리고 이 시점은 금새 다가왔습니다. 바로 이전에 경험한 납치 시퀀스의 스테이지에 ‘딱 한 모퉁이’가 더 추가되어 있을 뿐이었는데 모퉁이를 돌자마자 화면을 채운 적색이 사라졌지만 습관적으로 눈앞의 사람에게 총을 쐈고 그 순간 게임이 멈췄습니다. 이게 내가 예상한 바로 그 장면이었습니다. 게임 속에서 세뇌된 나는 쏴서는 안 될 사람을 쏜 것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물론 상대를 쏘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지만 새로 추가된 모퉁이를 돌자마자 아무 의심도 없이 ‘빨리 시퀀스를 끝내기 위해’ 일단 총부터 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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