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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속도가 형편없습니다. 이전과 달리 개발 인프라 대부분이 클라우드에 있습니다. 형상관리시스템부터 시작해서 모든 커뮤니케이션 도구, 문서관리도구 등등을 사용하려면 네트워크를 타야 합니다. 대강 공간을 둘러보고 다른 입주사들의 이름을 검색해봐도 상당수가 정보기술에 근간을 둔 곳들입니다. 이런 회사들을 입주시켜놓고도 네트워크 속도는 어처구니없습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인터넷 상 위치로부터 파일을 받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는데 이전에 어느 회사에서도 경험한 적 없는 형편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고작 이 정도 환경으로 정보기술회사를 받으려고 했다면 임차비용을 반만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일반 사무실에 비해 이 사무공간 임차료는 더 비쌉니다. 완전관리되는 사무실임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 하지만 그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좀 억울할 것 같습니다.

근처에 있는 다른 입주사가 공간을 시끄럽게 사용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공용 공간에 나와 끝없이 떠들거나 거기 앉아 뭘 먹거나 전화통화를 하거나 심지어 회의를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앞에서 환기 문제로 중앙에 위치한 사무공간들은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항상 공용공간을 시끄럽게 사용하는 입주사 직원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공용공간을 지나 화장실 가는 길에 복도를 살펴보면 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놓던 사무실들이 하나같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그 시끄러운 입주사가 이런 상황을 인식할 것 같지 않습니다. 또 이를 막을 방법도 없고요. 그냥 그 입주사가 떠들기 시작하면 다들 조용히 문을 닫을 뿐입니다. 하지만 얇은 유리문 한 장으로 그 소음이 별로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사무공간 전체가 일종의 광고판입니다. 사무공간 곳곳에 배치된 디스플레이에는 온갖 입주사와 공유오피스 운영주체와 연계된 회사와 물건 광고가 쉴새없이 나타납니다. 공용 공간 구석에 앉아 잠깐 눈을 쉴래도 모든 방향에 배치된 디스플레이와 팜플랫과 엑스배너로부터 광고문구가 쉴새없이 눈과 귀를 통해 머릿속까지 들어옵니다. 출입구에도, 화장실 거울에도, 엘리베이터 안에도 테이블 위에도 광고 투성이입니다. 일단 이 공간에 들어오면 나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광고에 노출됩니다. 제게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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