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한 이야기를 저도 까먹기 전에 조금씩 정리하려고 합니다. 한번에 몽땅 정리하려면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쓰기도 쉽지 않고 읽기는 더더욱 어려우니 몇 개 씩 잘라서 여러 번에 걸쳐 정리하겠습니다.
왜 자동획득 옵션에 전설템이 없나요?
디아블로 이모탈은 전투할 때 아이템을 자동으로 줍습니다. ALT키를 눌러 아이템 하나하나의 이름을 확인하며 줍는 경험도 나쁘지 않았지만 모바일 환경에서 플레이 할 것을 고려해 어느 정도 경험을 타협했을 겁니다. 옵션에서 아이템 등급에 따라 자동으로 주울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 옵션에는 전설 등급이 없습니다. 전설은 항상 수동으로 주워야 합니다. 이유는 디아블로에서 전설 아이템이 가지는 상징성, 성장 시스템에 속한 위상, 그리고 전설 아이템을 획득하는 경험 때문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디아블로에서 전설 아이템을 획득하는 경험이 아주 쩔기 때문에 이 경험을 생략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숫자 조사처리 사례와 요구사항 정의의 업무범위
게임에 조사처리 기능을 넣은 다음 시간이 흐른 뒤 조사 앞 단어가 숫자로 끝날 때 조사처리가 예상한 대로 동작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던 경험 이야기입니다. 조사처리는 한국어로 서비스하는 게임에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실제로 이 기능을 마일스톤 계획에 끼워넣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설득을 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조사처리는 최소한의 기능으로만 동작해 단어가 숫자로 끝날 때 잘못된 조사가 붙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규칙은 복잡하지 않았지만 처음 기능 개발을 요청할 때 이런 케이스에 대한 대비가 왜 되어 있지 않았는지 추긍 받아야 했고 결국 이 문제는 마일스톤 마감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왜 디아블로 이모탈은 전투가 자동이 아니죠?
자동전투를 지원하는 모바일 MMO 게임과 장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동전투를 지원하는 여느 모바일 MMO 게임은 장르에 MMORPG라고 표시되지만 실제로 우리가 플레이 하는 게임의 장르는 매니지먼트입니다.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플레이어캐릭터가 원활히 성장할 수 있도록 포션을 채워주고 사냥터를 선택하고 길드에 가입해 버프를 받아주고 가득 찬 인벤토리를 정리해주고 또 아이템 컬렉션을 채워 추가 스탯을 받도록 하는 겁니다. 그러면 내 플레이어캐릭터가 전투를 더 잘 할 수 있고 더 빨리 성장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전통적인 디아블로와 비교해 이런 매니지먼트 속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핵 앤 슬래시 장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투를 직접 조작해 핵 앤 슬래시 플레이를 하는 경험 자체가 이 장르의 핵심입니다. 자동전투를 지원할 수 있었겠지만, 또 게임 곳곳에서 개발 버전에서는 자동전투가 있었을 것 같은 흔적이 눈에 띄지만 자동전투를 넣지 않고 디아블로의 장르를 유지했습니다.
상단에 주요 재화를 표시해야 할까요?
모바일게임의 장르에 따라 화면 상단에 작게 주요 재화를 표시하기도 하고 표시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 재화 표시가 필요한 장면에서는 표시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숨기면 되겠지만 재화 표시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 결정을 내리는 핵심은 게임 장르입니다. 매니지먼트 장르에서는 플레이어캐릭터가 자동전투를 하는 동안 가장 중요한 정보는 남은 포션 수, 경험치 증가, 획득한 주요 재화입니다. 오히려 화면 중앙에서 일어나는 전투 행동은 자동전투 상황에서 크게 중요한 정보가 아닙니다. 물론 필드 PvP를 허용하는 게임에서는 필드에 따라 이 중앙의 전투 상황이 중요한 정보이겠지만 자동사냥을 돌려 놓는 대부분의 필드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험치는 이미 화면 하단에 깔려 있고 남은 포션 갯수 역시 독립된 인터페이스에 표시됩니다. 그리고 주요 재화는 화면 상단에 대부분의 상황에 표시됩니다. 만약 장르가 매니지먼트에 가깝다면 필드, 마을 가릴 것 없이 상단에 주요 재화를 표시해야 합니다.
왜 디아블로 이모탈은 포션 갯수가 제한되어 있나요?
P2W 모델에서 컨텐츠에 도전하는 방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포션은 컨텐츠에 도전할 때 충분한 성장 수준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한번 비벼볼 수 있을 여지를 줍니다. 보스 전투 중에 멀리 도망쳐 체력을 회복한 다음 전투를 계속할 수 있어 예상한 것 보다 성장 수준이 낮더라도 보상을 획득해 성장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플레이는 P2W 설계를 아주 어렵게 만듭니다. 예상한 플레이어캐릭터의 성장 수준에 따라 클리어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컨텐츠를 대부분 예측할 수 있어야 그에 맞춘 상품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아블로 이모탈 스타일의 포션 시스템을 도입하고 또 보스룸 공간을 제한합니다. 한편 전통적으로 포션은 기본 재화로 구입하는데 한때는 이를 이용해 포션을 기본 재화 하수구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현대에는 플레이어캐릭터 간에 격리된 경제시스템을 통해 더이상 기본 재화를 이렇게 소모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왜 던전을 클리어 한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가야 하나요?
첫째.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인스턴스 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던전 서버가 동시에 서비스하는 인스턴스 수에 제한이 있고 이를 초과하면 던전 플레이 경험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가 끝난 던전을 명시적으로 제거해 던전 플레이 경험을 기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제한 시간을 두고 던전 클리어 후에도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던전을 닫고 안에 있던 플레이어캐릭터들을 내보냅니다. 둘째. 단위 기간 당 입장횟수 제한이 있는 던전을 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던전에 입장한 상태로 단위기간의 경계를 지나면 입장횟수를 처리하기 귀찮아집니다. 그래서 단위기간이 초기화되는 경계를 지날 때 입장횟수에 제한이 있는 던전이 플레이 중이지 않도록 던전을 닫아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