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포트폴리오
이것도 연말에 면접을 보다가 들은 질문입니다. 사실 좋은 포트폴리오는 결국 포트폴리오를 보고 면접 단계로 진행할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이 좋고 나쁨을 결정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사람이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의 목표가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는 저 역시 포트폴리오를 보고 면접 단계로 진행할지 말지 결정할 때 포트폴리오에 요구하는 사항을 적어 두려고 합니다. 당연히 다른 분들의 생각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사실 포트폴리오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사전 질문을 작성하면서 조금 더 실무와 가까운 질문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는데 실은 처음 일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일을 해본 적이 없는데 무슨 실무능력을 기대한다는 거죠. 일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성장 가능성을 보고 찍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의 포트폴리오로로부터는 이 자료들이 본인의 생각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해본 결과를 나열하고 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게임 관련 교육기관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것이 분명한 모두 비슷비슷한 기획서는 그저 그렇지만 개인의 취향과 생각이 묻어나는 게임이나 특정 시스템 분석, 소감은 이런 판단을 하기에 좋은 소재입니다.
일을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분들은 자신들이 팀에서 수행했던 업무를 기준으로 스킬을 보여주실 수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문서도 만들 수 있고 데이터도 만들 수 있겠죠. 조금 더 나아가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고 전체와 부분을 모두 포함한 간결한 문서를 제시한다면 판단하기에 훨씬 수월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업무의 맥락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아이템 강화 기획서를 샘플로 제출한다면 이 게임에 강화 기능이 필요한 이유와 자신이 작성한 강화 기능의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뭔가 특별한 강화는 분명 아닐 겁니다. 누군가 강화 기능이 필요하니 기획서를 작성하라고 했겠죠. 그러면 포트폴리오에는 이 강화 기능의 목적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전체 개발의 어느 단계에서 강화 기능이 필요해졌고 이 강화 기획서는 다른 게임의 강화 기능을 참고해 필요한 기능의 구색을 갖추는 목표로 작성되었다는 내용을 기획서와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꽤 오래 일했음에도 여전히 맥락 없이 기획서만 제출한다면 이 분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만한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이해하고 서류를 검토하는 수준에서 채용 과정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동안 게임을 개발하며 얻은 경험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요구합니다만 여기부터는 이 글에서 이야기할만한 주제는 아닐 것 같아 다음 기회에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하면 일을 처음 시작한다면 실무능력을 흉내내기보다는 자신의 가능성을 제시할 것. 생각한 경험을 문서로 표현할 것.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상태라면 샘플 문서로 스킬을 제시할 것. 그 다음 단계는 스킬과 함께 업무 맥락을 제시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