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새로운 글쓰기에 부정적이지 않음
이전에도 여러 가지 일은 오직 사람이 제대로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가령 바둑 두기, 그림 그리기, 언어를 받아 쓰기, 언어를 번역하기, 동식물을 구분하기, 자동차를 운전하기, 매장에서 주문 받기 등이 있는데 이 목록은 생각할 수록 굉장히 길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기계가 이런 일 중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기계의 도움을 받아 아주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아주 멀리 까지 보내거나 사람을 아주 빨리 이동 시킬 때는 지금처럼 관심을 많이 받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예 좀 더 과거로 돌아가 산업혁명 시대에 방직 기계에 의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나 자동차 앞에서 적색 깃발을 든 사람이 거리를 걸어야 했던 시대에도 어쩌면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관심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2022년에는 특히 프롬프트에 따라 그림을 그려 내는 기계를 보고 놀라워했고 또 적극적으로 이 기계가 내놓는 결과물을 일하는데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그림을 그리는 일은 인간의 몫이었지만 인간이 그리는 모든 그림에 항상 최고의 창의력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일하며 필요한 상업용 그림에 대한 요구사항 상당수는 이미 알려진 주제들을 조합해 저작권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내고 이 그림에 기반해 사람들에게 비슷한 메시지를 인식 시키는데 있습니다.
때문에 당장 리퍼런스 이미지를 찾을 때 구글 이미지 검색 뿐 아니라 그림을 그려주는 기계에게 원하는 그림을 설명해 얻은 그림을 함께 사용합니다. 실은 그 이전에도 이미 기계는 사람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여러 가지 일을 사람만큼, 혹은 사람보다 더 잘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인간보다 더 적은 사고를 내며 자동차를 운전했고 식물과 동물을 더 잘 구분했으며 수많은 택배 송장을 읽어 분류기의 적당한 경로로 상자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은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 들여져 온 것 같습니다.
한편 2023년에는 ChatGPT로 뚜렷하게 시작된 기계가 보다 본격적으로 사람이 할 수 있다고 믿어 왔던 일을 대신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처럼 말하는 기계에 이전의 다른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어 온 일을 해냈을 때에 비해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기계가 쓴 책을 살 필요는 아직 없어요'에서 설명한 적이 있는 사람처럼 말하는 대상에게 감정을 쉽게 전이하게 때문입니다. 기술적으로 이 기계는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적절한 방법으로 훈련 시킨 결과 사람이 말할 것 같은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어를 연속으로 골라 늘어놓을 뿐이지만 이미 사람들은 이 기계가 내놓는 단어의 연속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격을 부여하며 감정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말하는 기계가 내놓는 결과가 기존에 인간이 읽고 쓰는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문장의 요약, 상황에 맞는 생각의 표현 따위를 인간보다 빨리 해낼 수 있었기 때문에 기계가 바둑으로 인간을 이길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정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통해 오랫동안 여러 가지 역할을 해 온 사람들이 홀연히 나타나 기계의 글쓰기에 따라 정보는 흐릿해지고 직접 글을 쓰는 사람은 다른 차원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의 사고와 지식을 평가하던 교육 일선에서는 이 말하는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말하는 기계를 사용한 결과물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중에 생각할 주제를 준비한 다음 주말에 시간을 내 한 번에 생각을 글로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특성 때문에 가만 앉아 머릿속만으로는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관점에서 글은 한 가지 생각을 이어나가기 위한 도구일 뿐 글이 생각을 도와준다거나 글을 통해 뭘 더 깊이 배우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오랫동안 글쓰기야말로 인간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또 글쓰기를 통해 유효한 사회 활동을 해 왔던 사람들이 말하는 기계가 만들어낸 글을 보고 과민 반응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이제 글을 쓰는 방법과 목적이 달라지고 또 글쓰기에 기반해 지식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도 바뀌어야만 할 때가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전통적인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어 생각을 확장하고 새로운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뿐 아니라 더 긴 글을 읽고 짧게 요약함으로써 글 전체를 읽고 이를 생각하는데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새로운 시대에 기계의 도움을 받은 글쓰기는 더 이상 사고의 도구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은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말하는 기계가 생성한 것이며 말하는 기계가 생성한 글은 이전에 다른 사람의 글을 읽어 생각을 확장하고 새로운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도구로써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관점에선 글쓰기는 머릿속으로만 계속할 수 없었던 생각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임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쓴 글 뿐만 아니라 이제 말하는 기계가 쓴 글을 함께 읽어 새로운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글 쓰는 방법에 그리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기계의 도움을 받아 긴 글을 사람과 비슷한 스타일로 줄여 읽을 수도 있고 기존에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시간에 덧붙여 말하는 기계가 쓴 글을 읽으며 생각하는 방법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기계가 바둑을 두기 시작하면서 그 이전까지 알려진 여러 금기가 사실은 별로 큰 의미가 없었음이 밝혀지고 이전과 비교해 훨씬 강력한 방법으로 발전한 것처럼요. 다만 글쓰기에 바탕을 둔 평가 방법의 대안을 준비하기도 전에 평가를 위한 글쓰기게 말하는 기계로 대체되어 생기는 문제를 감안해 최소한의 제안이 필요하다는데는 동의합니다.
결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말하는 기계는 이 기계에 대한 여러 의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읽고 쓰는 방법을 꽤 많이 바꿀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쓰기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지만 읽기에는 꽤 영향을 받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또한 쓰기에도 이전처럼 더 유려한 문장을 쓰고 같은 단어의 반복을 회피하는 등 형식에 집중하는 대신 이런 부분을 말하는 기계에게 맡기고 글을 도구로 사용해 생각을 이어나가는데 집중한 다른 그 글을 바탕으로 말하는 기계가 생성해 낸 유려한 문장을 통해 다른 관점의 글 쓰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기계를 통한 새로운 글쓰기와 읽기에 별로 부정적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