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시안 클라우드의 중요한 세 가지 새 기능 소개
얼마 전 아틀라시안의 Team 23 행사가 있었습니다.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의 신제품 발표와는 달리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드물긴 하지만 지난 몇 년에 걸쳐 개인 기록과 회사 기록 모두를 이 회사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입장에서, 또 이 회사 제품에 한동안 발전이 정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던 참에 이 행사는 나름 지금 삶에 큰 도움을 받고 있는 제품들이 근 미래에 어떻게 발전하게 될 지 알아 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발표에 소개된 제품과 기능 중 컨플루언스에 추가될 새로운 기능에 가장 관심이 있었습니다. 컨플루언스에 과장을 조금 보태 제 머릿속을 드나드는 언어로 표현 가능한 거의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검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록을 만들고 그 기록에 기반해 일상을 살아가고 또 업무를 발견하고 또 수행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나 업무상으로나 컨플루언스는 널리 알려진 기록 도구 이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도구가 근 미래에 어떻게 발전해 갈 지는 제 머릿속을 드나드는 모든 것들의 기록 방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 발표에 소개된 컨플루언스에 추가될 예정인 기능들은 What’s New in Confluence Cloud 페이지에 정리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2023년 4월 섹션에 소개된 내용들이 앞으로 컨플루언스 사용에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 각각을 살펴보겠습니다.
컨플루언스 화이트보드는 영상에서 소개할 때 청중들 역시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미 컨플루언스에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드로잉 도구는 널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빠른 UI 프로토타이핑에 사용하는 발사믹, 본격적인 프로토타이핑 워크플로우에 활용하는 피그마, 시각적인 특징을 우선해서 다이어그램을 그려야 할 때 활용하는 draw.io, 타이핑을 빠르게 시각화 할 수 있는 머메이드에 이르기까지 드로잉 도구는 이미 널려 있고 각각의 특징과 영역이 상당히 명확해 다른 도구가 끼어들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형을 화살표로 연결하고 도형과 화살표 위에 글씨를 쓰고 마우스로 끌어 각각의 위치를 조정하는 도구를 소개할 때 여기에 놀라워 하는 사람이 있는 쪽이 오히려 이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도구에 흥미로운 점은 드로잉에 지라 태스크 목록과 컨플루언스 페이지를 직접 포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이 나오자 그제서야 청중들이 웅성이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네모와 네모 사이를 화살표로 연결하고 그 다음에 아무렇지도 않게 컨플루언스 페이지를 끌어다 놓으면 도형 모양으로 나타나며 이 도형 앞뒤에 화살표를 연결해 다이어그램의 일부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컨플루언스 페이지 뿐 아니라 지라 태스크, 지라 태스크 목록 역시 똑같이 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점은 컨플루언스 페이지와 지라 태스크, 지라 태스크 목록이 서로 연결될 때 이 연결이 실제 컨플루언스 페이지와 지라 태스크 사이에도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지라에서 한 태스크가 다른 태스크와 서로 다른 관계를 통해 연결되며 잘 관리된 연결 관계는 프로젝트에 달성해야 할 목표의 진행 과정을 시각적으로 추측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가령 이 태스크는 저 태스크의 진행에 막혀 있음을 연결 관계로 표시해 두면 한 태스크의 진행이 왜 멈춰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일의 우선순위를 올려야 하는지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슷한 일을 하려고 할 때 미래에 추가될 일을 미리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별도 도구를 통하지 않으면 시각화 하기 어렵고 이런 관계를 잘 입력해 달라도 팀 전체를 교육하고 훈련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관계가, 또한 지라 태스크와 연관된 컨플루언스 문서가 서로 연결된 모습을 시각화 해서 볼 수 있고 또 시각화된 상태에서 직접 연결 관계를 수정하면 바로 컨플루언스와 지라 사이의 연결 관계에 반영 된다면 이는 프로젝트 수행 과정을 의미 있게 시각화 하면서도 시각화 과정이 결코 소모적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나갈 수 있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노션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보기 모드와 편집 모드가 구분되어 있지 않아 문서의 특정 버전을 명시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문서 도구가 문서 작성을 시시각각 방해하며 테이블 기능이 빈약하고 문서의 계층 관리 방법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여러 특징을 생각하면 도대체 왜 이 도구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또 인기를 얻는지 납득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션에서 단 한 가지 너무 마음에 들고 또 부러운 기능이 있는데 바로 데이터베이스입니다. 노션 데이터베이스는 노션 사이트 전체에서 불러 사용할 수 있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정의할 수 있는 기능으로 노션이나 컨플루언스 처럼 위키위키에 기반한 도구가 비정형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구조화된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 상황에는 거의 대응할 수 없는 단점을 상쇄합니다.
이 데이터베이스 기능은 언듯 보면 여느 문서 작성 도구의 표 만드는 기능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표 만드는 기능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표에 포함될 데이터 구조를 미리 정의하고 이 정의에 맞는 데이터만을 받아들이도록 설정할 수 있으며 표 전체나 일부를 서로 다른 페이지에서 직접 인용하고 또 직접 수정할 수 있게 만들면서도 그 모든 데이터가 한 곳에 집중되어 이 데이터를 인용한 표를 사용하는 모든 페이지에서 항상 같은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도록 하는 점이 다릅니다. 노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이론적으로는 지라 같은 티켓 기반의 도구를 대체할 수 있으며 - 어디까지나 이론적이라는 점에 유의 - 문서를 위키로 관리하면서도 동시에 구조화된 데이터를 별도의 엑셀 파일로 가지고 있는 등의 모호한 상태를 겪지 않을 수 있습니다.
컨플루언스에는 Page Property라는 기능이 있어 페이지 단위로 구조화된 데이터를 표현할 수 있었지만 노션 데이터베이스가 위키 페이지 구조와 분리된 형태라면 페이지 프로퍼티는 근본적으로 위키 페이지 구조에 의존하고 있어 데이터를 정의하기도 어렵고 편리하게 불러오기도 어려우며 읽고 쓰기도 불편했습니다. 아틀라시안 제품의 플러그인을 주로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k15t라는 회사에서 컨플루언스 플러그인으로 Orderly라는 제품을 발표했는데 이는 노션 데이터베이스의 특징을 상당 부분 흉내낸 제품으로 컨플루언스를 계속해서 사용하기는 해야 하지만 노션 데이터베이스가 너무나 부러운 사람들에게 아주 적절한 제품입니다. 컨플루언스에 아주 잘 연동되어 노션 데이터베이스와 아주 비슷한 수준으로 동작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과 통합되지 않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틀라시안이 직접 컨플루언스에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추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이 롤아웃 됐지만 예상보다 훨씬 빈약한 기능으로 본격적으로 위키를 자동화 하도록 도와주는 기존에 널리 알려진 플러그인보다 못한 기능을 보여줬지만 여기에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가 연동되면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컨플루언스는 비정형 데이터를 다루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오토메이션 기능이 적극적으로활용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구조화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지라 오토메이션,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 이들 각각에 포함된 웹훅 기능과 데이터베이스를 연동해 성능이 중요하지 않은 온갖 통합 작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AI. 생각하셨을 그 약자가 아니라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의 약자인데 웃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나름 나쁘지 않은 브랜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여러 대규모 언어 모델들이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애초에 기업 수준의 대규모 텍스트를 다루는 도구가 이를 활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아틀라시안은 대대로 이런 반짝거리고 또 아주 힙한 기능에 별 관심이 없거나 굉장히 천천히 도입하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을 쌓아 왔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기대로 만약 지금까지 컨플루언스에 쌓아 놓은 텍스트를 대규모 언어 모델이 학습해 질문에 답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 했고 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노션에서 먼저 비슷한 기능을 출시해서 컨플루언스에 크게 실망했는데 그 실망 직후 노션의 그 기능에도 다시 한 번 크게 실망했습니다. 노션의 AI 기능은 빈 줄에서 스페이스 키를 누르면 프롬프트를 불러낼 수 있을 정도로 제작사에서 강하게 밀어주는 기능이었지만 한국어 화자 관점에서 이 기능은 동작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내용을 요약했지만 요약한 것처럼 보일 뿐 항상 핵심을 놓쳤으며 문장을 이어서 쓰라고 지시하면 지금가지 작성하던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진 문법 상으로는 말이 되지만 의미 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이상한 텍스트를 뿜어 댈 뿐이었습니다. 결국 노션 AI는 이 기능이 이상한 말을 할 때마다 스크린샷을 찍어 사람들을 웃기는 수준에 머무르게 됩니다.
사실 컨플루언스에 적용될 예정인 기능 역시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틀라시안의 접근은 버추얼 팀메이트라는 모양으로 접근해 이미 팀의 여러 가지 행동이 문서로 잘 정리되어 있거나 컨플루언스 상의 여러 스페이스에 분산되어 각자의 노하우로 기록되어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컨플루언스 사이트 전체를 대상으로 학습한 기계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조합해 의미 있는 정리된 작업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영상에서 보여준 사례는 IT 지원 부서의 업무에 국한되어 썩 흥미롭지 않았지만 여러 부서에서 느슨하고 또 자유롭게 사용하는 컨플루언스 사이트는 서로 연관이 있는 정보가 여러 부서의 스페이스 사이에 조각 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기계가 이 정보들 사이의 연관성을 추측해 이들을 연결한 결과를 토해낼 수 있다면 꽤 의미 있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 모든 기능을 아직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지금 소개한 세 가지 기능 모두가 아직 얼리 액세스 상태이며 이메일을 입력해 놨지만 아직 사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회가 올 테고 또 시간이 더 지나면 컨플루언스 사용자들에게 배포될 테니 앞으로 이런 기능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노션에 비해 여러 모로 느렸고 그래서 불만이 많았지만 앞으로 꽤 현대적인 지원을 받으며 도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을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