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 게임

https://youtu.be/Hmt6_lfbDiM

제 시간을 우주 속 한 줌 먼지도 안 되는 나락의 저편으로 날려버리는데 최적화된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영상들 사이를 헤엄치던 중 '공포의 100L 쓰레기봉투 '혹' 비머가 파헤쳐 봤습니다'라는 영상을 봤습니다. 대형 쓰레기 규격봉투를 배출할 때 무거운 쓰레기가 포함되어 있어 수거원 분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규격봉투의 최대 한계선을 넘겨 쓰레기를 담은 다음 그 위에 다른 쓰레기를 '혹'처럼 붙여 부피를 크게 만들어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쓰레기봉투에는 종종 날카로운 쓰레기가 포함되어 있어 수거원 분들의 건강 뿐 아니라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쓰레기봉투는 봉투의 사용 규칙에 맞춰 사용해야 합니다. 먼저 쓰레기봉투에 넣을 수 없는 재활용품은 분리 배출해야 하고 음식물 역시 별도로 배출해야 합니다. 또한 쓰레기봉투에 표시된 한계선 까지만 쓰레기를 담은 다음 묶어 부피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고요. 한편 정해진 규칙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지만 부피는 쓰레기 봉투에 알맞지만 무게가 아주 무거울 경우 이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수거원 분들에 대한 존중이자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게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대형 쓰레기봉투의 한계선을 넘겨 계속해서 쓰레기를 집어넣어 아슬아슬하게 묶거나 아예 테이프로 붙인다든지 완전히 가득 찬 쓰레기봉투 위에 다른 비규격 봉투를 얹어 테이프로 붙이는 행동은 실은 이 행동에 성공할 때 이 행동을 한 사람에게 굉장히 큰 보상을 주는 게임처럼 규칙이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먼저 대형 쓰레기봉투 구입 비용은 이 흥미로운 게임의 참가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형 쓰레기봉투는 절대적인 금전 감각으로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비싸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번에 한 장 씩 팔고 또 쓰레기봉투 중에서는 가장 비싸기 때문에 절대적으로는 비싸지 않지만 상대적으로는 비싸게 느껴지며 비슷한 금액을 지불할 때 한 번에 여러 장을 구입해 두툼한 뭉치를 받을 때와 달리 널직한 대형 쓰레기봉투 단 한 장을 받기 때문에 더 비싸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대형 쓰레기봉투를 구입하는 순간 웬만한 사람들은 본전 또는 가성비 모드에 자연스럽게 돌입하게 됩니다.

대형 쓰레기봉투는 부피가 크지만 이 부피를 잘 활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대형 쓰레기봉투를 살 결정을 했다면 이미 이 안에 들어갈 꽤 크고 무겁고 작게 만들기 어려운 단단한 물건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물건을 쓰레기봉투 안에 넣고 나면 이 폐기물에 대한 폐기 비용으로써 쓰레기봉투의 역할은 충분히 끝났지만 쓰레기봉투의 부피를 생각하면 쓰레기봉투는 아직 전혀 가득 차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이 가칭 쓰레기봉투 게임 고객은 이미 가성비 모드에 돌입해 있고 쓰레기봉투 안에 남은 것처럼 보이는 빈 공간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평소 같으면 다른 더 작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을 것 같은 쓰레기를 다 끄집어 내 대형 쓰레기봉투의 남은 공간을 거의 액체를 버리는데 가까울 정도로 채우기 시작합니다.

쓰레기봉투 위쪽에 그려진 한계를 의미하는 점선은 여기까지만 쓰레기를 채운 다음 버리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보다는 일종의 도전거리로 해석되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일단 쓰레기봉투는 직접 끝부분을 묶어 마무리해야 하는데 지역마다 쓰레기봉투 끝부분 길이가 서로 다르며 이는 지역에 따라 한계선까지 쓰레기를 채운 상태에서 끝을 묶기 상대적으로 쉬운 곳도 있고 상대적으로더 어려운 곳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택 임대 상황에 따라 여러 지역을 이사 다니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을 고려하면 사람들의 경험은 한계선까지 쓰레기를 채울 때 묶기 가장 어려웠던 것이 가장 일반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크게 두 가지 스킬트리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하나는 짧은 끝부분을 솜씨 좋게 묶는 스킬, 다른 하나는 묶기를 포기하고 테이프 같은 다른 방법으로 마무리 하는 스킬입니다. 어느 스킬을 선택하든 이미 한계선은 거기까지만 쓰레기를 버리든 말든 쓰레기봉투를 마무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하며 어떻게 하든 마무리 난이도가 높은 이상 한계선은 쓰레기봉투 게임 고객들에게 거기까지만 쓰레기를 버리라는 가이드라인으로써 전혀 동작하지 못합니다. 어차피 어디까지 채워도 쓰레기봉투를 묶어 버리기 어렵다면 앞에 설명한 가성비 모드에 근거해 뭐라 도 더 쑤셔 넣은 다음 어차피 어려운 마무리 스킬을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왜 대형 쓰레기봉투에 테이프로 혹을 붙이는 지경에 이르는지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쓰레기봉투 게임 고객들은 대형 쓰레기봉투를 구입하는 순간부터 가성비모드에 돌입했으며 대형 쓰레기는 값비싼 쓰레기봉투의 부피를 온전히 채우지 못해 돈을 낭비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한계선을 지키든 말든 어차피 마무리하기 어려워 테이프 마무리 스킬을 찍은 사람이라면 쓰레기봉투 위가 조금 튀어나오든 많이 튀어나오든 이미 중요하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어차피 테이프로 마무리할 거 혹을 붙이면 값비싼 쓰레기봉투를 최대한 활용했다는 가성비 관점에서 강한 심리적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줍잖게 문제를 완화할 방법 같은 걸 생각하며 여러 가지 문제로 실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기 보다는 대형 쓰레기봉투에 혹을 붙이는 행동은 공중 도덕 관점에서는 지탄 받을 만한 일일 수도 있지만 게임 만드는 사람 관점으로 볼 때 대형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 대형 쓰레기봉투의 설계, 쓰레기봉투를 사용하는 일상적인 경험들이 한데 모여 강렬한 심리적 보상을 주는 게임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