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영화관에 간다

한번은 글 쓸 거리가 너무 없어 칭얼거리다가 이대로 가다가는 주말에 글 쓸 거리가 완전히 떨어지겠다는위기감이 들어 글로 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받은 주제디지털 쓰레기에 대해서 썼는데 다만 지금 다시 보니 같은 주제로 한번 더 생각해서 이야기를 다시 쓰면 좋겠다 싶습니다. 오늘은 다른 한 가지 주제인 ‘OTT의 시대지만 우리는 여전히 영화관에 간다’를 제목으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이 약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지만 정확히 무슨 약자인지는 몰라 검색했습니다. 셋탑박스를 탑이라고 줄여 불렀기 때문에 셋탑박스보다 더 나은 뭔가를 의미하기 위해 지금의 약자가 된 모양입니다. 뭔가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로 ‘Over'를 사용한 것을 보니 어떻게 봐도 ‘영국 석유’지만 다른 약자라고 주장하는 회사 BP가 생각납니다. 어쨌든 방송사가 원하는 컨텐츠를 보내주는 이전 시대의 시청 장치와 비교해 사용자가 원하는 컨텐츠를 보내주는 장치나 서비스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서비스 덕분에 이전 시대와 달리 영화관에 훨씬 덜 가게 됐습니다. 이전 시대에는 그나마 영화관에 지금보다는 더 자주 갔지만 코비드 시대를 지나가면서 영화관에 거의 가지 않게 됐습니다. 실은 마스크를 쓰고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앞을 보기만 하는 영화관 환경은 바이러스 전파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비드 시대 초기에 워낙 강력한 제한 정책을 시행하며 한 번 바뀐 습관은 다시 원래대로 잘 돌아오지 않습니다.

한편 이전 시대에 영화관에서 느끼던 불편한 점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린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분명 영화관에서는 집에서 같은 영상을 볼 때와 비교해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는 합니다. 가령 내가 웃거나 우는 장면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이는 비슷한 반응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고 또 몇 시간에 걸쳐 아무 말 없이 온전히 화면과 소리, 때로는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사람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영화관에서조차 대화를 이어가고 또 채팅을 하는 밝은 불빛에 눈 앞에 어두운 반점이 생기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전화 통화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20분에 한번 씩 밖에 나갔다 오기도 하는 등 온전히 영상과 소리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자 좋은 경험과 별로 좋지 않은 경험 모두를 할 수 없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집에서 영화를 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경험이 생겼습니다. 영화관에서는 두 시간 내내 온전히 집중하며 그 시간 동안 집중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방해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내 스스로가 영화를 보며 드는 생각과 감정을 그 자리에서 타임라인에 토해내고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함께 울고 웃는 경험과는 달랐지만 여전히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내 필요에 따라 재생을 잠깐 멈추고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물을 마실 수도 있었습니다. 물 마실 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날까봐 조심해서 마시는 대신 그냥 멈춰 놓고 편안히 물 마시고 돌아와 이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더 이상 영화관에서처럼 집중하지 않게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경험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영화관에 완전히 안 가게 됐나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전 시대에 비해서는 훨씬 적지만 어쩌다 영화관에 갑니다. 먼저 감정을 공유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영화를 동시에 함께 보는 사람들과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나누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번에 유튜브를 통해 헤어질 결심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