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백업 소프트웨어 Arq 사용을 그만뒀나
지난 2011년 경부터 백업 소프트웨어로 Arq라는 백업 소프트웨어를 꽤 오랫동안 사용해 왔습니다. 맥에는 타임머신이라는 백업 기능이 있었지만 당연히 맥을 지원할 뿐이어서 사용하는 기계에 맥과 윈도우가 섞여 있는 입장에서는 맥 전용 백업을 유지할 생각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또 타임머신은 지금은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직접 연결된 스토리지나 로컬 네트워크에 있는 스토리지를 직접 지원할 뿐이어서 외부에 있을 때는 백업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소프트웨어를 고민하다가 당시 AWS에 Glacier라는 비용이 굉장히 낮은 스토리지가 추가되었고 이를 사용할 수 있었던 Arq라는 백업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Arq는 당시에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꽤 단순한 방법으로 충족했습니다. 일단 로컬 스토리지 뿐 아니라 Glacier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지원했습니다.
아직 까지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없지만 만약 화재가 일어나 장비가 한번에 모두 사라진다면 로컬 스토리지에 복사해 놓은 백업 같은 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전 버전을 복원할 목적 정도라면 백업이 집 안에 있어도 상관 없지만 본격적으로 재해가 일어날 때 대응하려면 백업은 반드시 다른 장소에 있어야 합니다. Arq는 처음부터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지원해 백업을 완전히 다른 장소에 둘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스스로 스토리지를 제공하는 옵션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파일을 집 밖으로 보내기 전에 암호화했습니다. 현대의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여러 단계에서 암호화가 일어나지만 그렇다고 네트워크를 타기 전에 암호화를 하지 않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전송 중인 데이터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또 일단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도달한 데이터에 접근하기도 어렵지만 내 권한이 탈취된다면 스토리지에 암호화 되어 있든 말든 데이터에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재해 상황에 사용할 백업이라면 분명 정신 없는 절망적인 상황일 텐데 그게 암호화 되어 있으면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렇더라도 평소에 그 백업이 멀리 떨어진 장소에 저장되어 있을 때 암호화 되어 있지 않으면 사실상 컴퓨터 접근 권한을 열어 놓은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또 첫 백업을 제외하면 꽤 빨랐고 증분 백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배터리로 동작하는 상황에서도 백업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어지간한 작은 변화는 백업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할 정도로 빨리 수행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서비스 자체가 낡았고 또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이 크게 변하면서 이런 스토리지 단위의 백업 소프트웨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먼저 윈도우와 맥OS 모두 직접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드라이브,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제공하며 이를 OS에 직접 탑재했는데 이 서비스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전과 똑같이 동작할 법도 했지만 특히 애플은 아이클라우드에 가입하지 않으면 꽤 많은 제약이 있어 작은 스토리지 옵션이라도 가입한 상태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클라우드와 Arq는 서로 잘 맞지 않았습니다. 가령 아이클라우드에는 클라우드에 올라가 있는 파일은 로컬에서 제거했다가 필요할 때 다운로드 해서 스토리지를 절약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때 로컬에 크기가 0바이트인 플레이스홀더 파일을 남겨 놓았습니다. 이 상태에서 Arq로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내부 경로를 백업하면 0바이트짜리 플레이스홀더 파일을 백업해 아무 의미 없는 동작을 하게 됩니다.
원드라이브에서는 같은 상황일 때 원드라이브가 원격에만 있는 파일을 요청해 원드라이브가 갑자기 백업을 요청 받은 모든 파일을 다운로드 하기 시작하면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지곤 했습니다. 사실 이런 서비스들은 스토리지 백업 소프트웨어와 동시에 사용할 필요도 없고 사용해서도 안되지만 설정에 신경 쓰지 않으면 쉽게 서로 같은 디렉토리를 백업하려고 하게 됩니다. Arq 앱은 백업에서 제외할 디렉토리 목록에 아이클라우드와 원드라이브를 포함했지만 깔끔한 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웬만한 문서는 위키에 의존하게 되었고 작업할 때 만들어진 바이너리 파일 중 자주 변경될 것은 별도 형상관리시스템에, 거의 변경되지 않을 것은 컨플루언스 위키에 직접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로컬에 있는 다시 생성할 수 없을 법한 파일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다가 이들이 의미 있는 용량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중요한 텍스트와 이미지는 위키에, 다른 포멧은 형상관리시스템에 올라가 있었고 그들이 적어도 내 컴퓨터보다는 클라우드 장비를 더 잘 관리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도달하자 더 이상 별도로 로컬 스토리지를 백업할 이유를 더 이상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은 아이클라우드에, 주요 파일 동기화는 드랍박스가 동작하고 있었고 사실상 이들이 스토리지 백업 역할을 하고 있었고 문서와 바이너리 파일들은 위키와 형상관리시스템에 있었고 이들은 백업할 필요가 없거나 백업 할 수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Arq 앱은 세월이 흐르며 계속해서 개선되었지만 적어도 내 사용 시나리오에서는 최신 버전이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검색해보니 나와 같은 상황인 사람이 많았는데 심지어 윈도우를 설치하고 처음으로 Arq를 설치했지만 동작하지 않는 상황마저 일어났습니다. 어쩌면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대응하기에 현대의 백업 환경이 너무 복잡해진 것일 수도 있고 이들이 개발하는 환경이 실제 사용자들의 환경과 동떨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문제는 오랫동안 수정되지 않았고 환경은 점차 이런 백업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지 않은 쪽으로 변해 갔으며 그럼에도 데이터는 안전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Arq를 삭제했고 더 이상 백업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