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운전
요즘은 근미래에는 현대에 당연하게 생각하던 몇몇 활동이 근미래에는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에는 터부시되던 행동이 현대에는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 있게 된다거나 반대로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행동이 현대에는 범죄로 처벌받게 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데 따른 사회 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행동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회사와 일자리가 생겨나거나 사라지는 것을 보면 단순히 변화를 강 건너에서 지켜보듯 하는 것 보다는 재미로라도 예상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 이 생각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운전에 대해서 생각해볼 작정입니다.
고작 이삼년 전에도 무인운전은 먼 미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백 투더 퓨처에서 그린 2015년에도 자동차는 하늘을 날고 있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그 자동차를 조종하는 것은 인간이었고 이는 실제 2015년이 된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여전히 인간이 조종하고 있다고 해서 인간이 예전처럼 자동차의 모든 부분을 직접 조작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운전자의 조향 조작이나 가속, 감속 조작은 더 이상 물리적으로 차체에 직접 전달되지 않고 자동차에 무리를 주거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조작은 거부되기도 합니다. 또 후진할 때 차 뒤에 달린 센서는 충돌할만한 대상이 있는지를 계속해서 검사히기도 하고요. 이미 자동차를 조종하는 일은 인간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나눠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 현재 기술 발전 과정에서 맨 앞줄에 서 있는 회사들은 이미 무인 자동차가 실제 도로를 주행하기 위한 법률을 정부와 논의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젠 흔히들 말하는 ‘초읽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적당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언제라도 상용 무인 운전 자동차가 길거리에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생각해볼 차례인데, 제가 생각하는 무인 자동차가 일으킬 것 같은 변화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근미래에 자동차를 인간이 직접 운전하는 일은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은 것으로 인식되리라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거리를 돌아다니는 일은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자동차에도, 자동차를 조종하는 인간에도 그 자동차 주변에 있는 다른 인간에도 위험한 일입니다. 자동차가 안전하게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크게 예상한 대로 동작하는기계, 주변 상황에 대한 운전 규칙, 운전자가 규칙을 따를 거라는 신뢰의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기계와 규칙은 끊임 없이 개선되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만 신뢰 부분은 여전히 예상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사고가 일어납니다. 기계가 자동차를 조종하기 시작하면 이 운전자가 규칙을 따를 거라는 신뢰 부분에 비약적 향상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러면 당연히 사고율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려는 욕구는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말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게 된 현대에도 여전히 말을 타려는 수요가 있는 것과 같이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를 도구로 인식하는 많은 사람들은 기계가 조종하는 자동차를 사용하고 낮아진 사고율과 이에 따른 보험료 지출을 고려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은 제한된 환경에서 직접 자동차를 조종하며 이에 따른 보험료 지출, 안전장비에 대한 지출을해야 할 겁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 나와버렸는데, 인간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이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이 인식된다면 현행 보험 체계, 안전장비, 제한된 환경을 제공하는 일, 제한된 환경에 따른 자동차의 변화 등을 생각할 수 있고 이들 각각으로부터 변화에 따른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둘째. 19세기 영국의 적기조례와 비슷한 일이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 십 년 동안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극단적인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도심지에서 시속 5마일로 달리는 자동차 앞에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직접 걸어야 했는데 당시에 이 일자리가 저임금 일자리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 그 시대에 영국에 저임금이 아닌 도시 노동자가 있었는지조차 헛갈리지만 - 현대에는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저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가 기계를 조종하더라도 한동안은 '안전을 위해’ 혹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자동차를 조종할 수 있는 인간이 탑승해야만 하는 법률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계가 조종하는 자동차가 광범위하게 운용되기 시작한 초기에는 이런 비상 상황이 더 자주 일어날 수 있고 이에 대비하는 규칙을 만드는 정부의 반응이 그들이 늘 하던 것과 같은 비상식적인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역할을 누가 맡을 것인가 하는 부분은 중요합니다. 비상 상황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기계가 조종하는 자동차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데 보내야 한다면 이 사람에게 사회가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려고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그리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대의 빈부격차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거기까지 가면 이미 소설인 판에 진짜 소설로 가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거기까지는 자제하겠습니다. :)
이 두 가지 생각에 대한 결론은 인간이 자동차를 조종하는 일은 몇 년에서 십 수년 사이에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고 이는 단순히 자동차가 기술적으로 달라지는 것 이외에도 정부가 결정하는 규칙의 변화, 운전에 대한 인식의 변화, 보험과 기반시설에 대한 변화를 포함하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현대의 자동차 업계에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줄 거라는 점입니다.
운전 이외에 근미래에 큰 변화를 겪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활동에 도박, 마약, 신문기사읽기, 섹스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는데 한동안은 이들 각각이 미래에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떠오른 생각을 텍스트로 옮겨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