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에 대한 간섭 +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
내가 산 책을 어디까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내가 산 책을 읽을 수 있고 읽은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거나 온라인에 글로 남겨둘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글은 모든 사람들이 재전송 가능하구요. 그리고 그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줄 수 있고 그 사람은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빌려주는 건 제 입장에서는 썩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그리고 … 저는 제가 산책을 스캔 업체에 맡겨 스캔 받은 다음 pdf 파일만 받고 책은 파기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것도 내가 산 책을 내 마음대로 하는, 그러면서도 출판사나 저자에게는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문제인데, 저는 무거운 책을 몇 권이나 가방에 넣어 들고다니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산 책을 pdf 파일로 만들어 들고다닙니다. 최근에 산 몇 십권의 책을 몯 그렇게 했습니다. 제 손에는 종이로 된 책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신 ocr 가능한 pdf 파일 수백메가어치가 남았지요. 그 후로 인생이 편해졌습니다. 아이패드에 수백메가어치씩 책을 넣어 들고다니며 하나를 읽다가 다른 책을 참고할 일이 있으면 바로 참고했습니다. 책을 아무리 넣어도 부피나 무게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조심해야 하는 것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이 파일을 이 책을 구입하지 않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것. 그냥 나 혼자 들고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문화부와 출판업체가 공동으로 책 스캔 대행업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스캔을 그만 두라고 한 모양입니다. 이유는 스캔 받은 책을 책 주인들이 그냥 인터넷에 뿌릴 수 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습니다. 분명 내 돈을 내고 책을 샀고 그 책을 내가 보기 위해 부숴서 pdf 파일로 만드는 일을 단지 대행업체에 맡기는 것 뿐인데 이게 문제가 된다니 말입니다. 게다가 더 혼란스러운 것은 책을 스캔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개인이 구입해서 스캔하는 것은 괜찮다고 합니다.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간섭과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동시에 당했습니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책에 대한 ‘약간의’ 권한을 얻은 것 뿐인데도요. 전자책으로 시장이 이전되기 전 과도기 동안 사용자들이 스스로 전자책을 만드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는 못할 망정 이런 취급을 당하고 보니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가 종이 책을 들고다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나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