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퍼블리셔가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
지나가다가 게임 업계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때 고객들과 직접 의견을 주고 받는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어 생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이라고 커뮤니티를 회사가 직접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읽었습니다. (원래 이 의견을 내신 분의 의견에 따라 글을 직접 링크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커뮤니티를 직접 만든 덕분에 게시판 너머에 있는 사람이 회사 직원이라는 점이 확실해지자 고객들은 이전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때로는 공격적으로 요구사항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 이는 회사 입장에서 도움이 됩니다. 회사 밖에서 상상하는 것처럼 우리들이 하루 종일 게임을 플레이 하며 월급을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들은 온갖 일에 치여 오히려 스스로 만드는 제품을 사용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종 회사는 업무시간 외에도 직원들이 게임을 플레이 하게 만들기 위해 자사 게임에서 높은 레벨을 달성한 직원들에게 명예 보상을 하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은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하기도 하지만 높은 업무강도 때문에 스스로 개발한 게임에 스스로 애착을 가지고 플레이 하기를 요구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전달 받는데 관여하는 모든 직원들은 상당히 강한 멘탈이 필요합니다. 고객들은 종종 게시판 너머의 상대가 직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공격적으로 변하는데 이 표현들을 읽으며 이 글이 제품에 대한 것이라고 쿨하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객들은 이런 직원들의 특징을 파악해 제품 보다는 제품을 개발하는 직원 다수를 공격하거나 특정 가능한 직원 개인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 커뮤니티로부터 항상 잡음이 일어나고 이 잡음이 커뮤니티 바깥에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지기는 어려울 겁니다. 게임 커뮤니티 때문에 이런 부정적인 효과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합니다.
한편 회사가 이런 부정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게임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하는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회사가 직접 커뮤니티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커뮤니티는 생기기 마련인데 회사가 직접 관여하지 않는 커뮤니티는 게임 사용자가 늘어나고 커뮤니티 역시 활성화 되면서 고객들의 의견이나 회사의 의견과 거리가 있는 제 삼의 의견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면서 커뮤니티 스스로 무게감 있는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주체가 되면 분명 회사의 다음 업데이트에 의견을 제시해 고객들에게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커뮤니티는 커뮤니티에 속한 핵심 인원들에게는 분명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만 나머지에게는 도움이 되기 어려운 의견을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빌려 말하곤 하는데 이런 상황을 깊이 이해하지 않은 여러 고객들은 쉽게 이 의견이 옳다고 생각해 버립니다. 그래서 회사가 판단할 때는 분명 문제가 있는 의견이지만 압력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사결정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당연히 미래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런 사례를 여러 차례 겪던 회사는 기존 서드 파티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회사가 직접 제어하는 커뮤니티는 적어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 의견이 큰 목소리를 빌려 압력으로 변하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설명하겠지만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면, 혹은 도달하기 전에 이 의견을 가진 개인에게는 죄송하지만 이 개인으로부터 의견을 더 이상 듣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전 서드 파티 커뮤니티에서는 불가능한 대응입니다.
또 한동안은 게임 웹진 사업자들이 직접 서드 파티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게임 웹진 커뮤니티에는 이미 다양한 게임 고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이 곳에 게임 전용 커뮤니티를 만들면 초기에 고객을 모으기 편리합니다. 그래서 게임 웹진이 먼저 커뮤니티를 만들고 커뮤니티가 일정 궤도에 도달하면 높은 월 이용 요금을 받고 회사가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회사가 커뮤니티를 통제할 수 있어 보였지만 시간이 흘러 커뮤니티가 서서히 하향하기 시작할 때 회사가 커뮤니티 통제 권한을 더 이상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웹진 사업자가 스스로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자처하며 문제가 있는 의사결정을 강요하거나 프로젝트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회사는 이제 직접 카페를 만들어 커뮤니티를 운영하기 시작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여전히 공격적인 고객들과 직원이 직접 마주치는 환경을 만들어 직원들의 멘탈을 갈아 넣어야 할 뿐 아니라 이전에 비해 고객들이 더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에는 웹진 사업자 대신에 카페 서비스 운영 회사에 카페 사용 요금을 지불해야 하기도 하고요. 물론 이번에는 요금을 지불하면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니 이전보다는 상황이 더 나아졌습니다.
이 환경을 통해 회사가 치러야 할 댓가는 여전하지만 이전에 비해 서드 파티 커뮤니티가 고객의 의견이나 이익과 무관한 의견을 큰 소리로 말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갖 문제에도 불구하고 직접 커뮤니티를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