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토돈 커뮤니티는 오래 못 갈 거라고 봐요
한 반년 쯤 전에 작성한 트위터 대안 분산 서비스에 대한 회의적 의견이 2023년 늦은 봄 현재 최근에 공유되었는데 그 때 했던 예상과 달리 새로 개발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나름 여러 사람들이 건너가 서서히 규모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비록 반 년 전에 예상한 분산형 같은 구조를 어떤 모양과 특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일단 서비스가 동작하기 시작했고 관심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건너가 서비스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핸들에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마음에 들었는데 마스토돈과 달리 서비스 독립적인 핸들을 서비스 바깥에서 확보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아이디어를 다른 서비스들이 차용한다면 서비스 독립적인 핸들을 이미 있는 기술에 근거해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방법이 도메인 구입, DNS 설정 변경 같은 작업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매년 도메인 유지에 비용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일단 반 년 전에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잘 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고 반 년이 지난 지금 그 예상은 사실상 틀렸다고 평가합니다. 이번에는 마스토돈 커뮤니티에 대해 비슷한 예상을 해 볼 작정인데 굳이 이렇게 예상을 글로 남겨 두는 이유는 반 년 쯤 지나서 결과를 본 다음에는 처음부터 그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스스로를 속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스토돈으로 대표되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액티브펍 기반의 커뮤니티는 일론님이 트위터를 인수한 시점부터 꽤 조명을 받아 왔고 유명한 사람들이 건너오거나 집단이 건너올 때는 아예 자신들을 묶는 서버를 만들어 건너오는 사례가 꽤 있었습니다. 2022년 말 즈음에 마냥 트위터를 통해서만 느슨하게 연결되고 또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방법을 의존하다가는 막상 트위터가 큰 변화를 겪거나 아예 사라질 때 같은 역할을 하는 서비스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할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즉시 사용할 수 있었던 마스토돈에 계정을 만들어 미리 정착해 두기로 결정하고 개인 마스토돈 서버를 만들어 정착하기 시작했고 또 조금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범용 마스토돈 서버를 추가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액티브펍 기반 커뮤니티 분위기는 제가 경험하던 트위터의 분위기와는 꽤 달라 낯설었고 또 나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었으며 규칙을 위반할 때 받는 패널티가 큰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스토돈에서 아무말을 계속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대략 반 년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은 이 분위기와 눈에 보이지 않는 규칙에 어느 정도 적응해 살아 남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온전히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유입되어 아무말을 지속할 만한 규모가 유지되기를 원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액티브펍 기반 커뮤니티가 앞으로 오랫동안 유지되지는 아주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장기적인 방향은 그럴 테지만 그냥 방향만 이야기해 놓으면 미래의 제가 다시 이 글을 볼 때 재미가 없을 테니 영화 미드웨이의 레이튼이 된 느낌으로 예상하면 이 글을 타이핑 하는 2023년 늦은 봄으로부터 약 반년이 지난 2024년 초에는 마스토돈으로 대표되는 (여전히 이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액티브펍 커뮤니티는 사실상 의미 없는 상태가 될 겁니다.
먼저 마스토돈(앞으로 액티브펍 기반 커뮤니티를 이렇게 부르겠음) 커뮤니티는 물리적으로 이 서비스를 유지할 금전적 동기가 전혀 없습니다. 트위터가 지난 십 수년 내내 겪던 가장 큰 문제는 이 서비스에 돈을 낼 사용자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해 광고를 유치해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트위터는 광고주 입장에서 아주 매력적인 플랫폼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트위터 마저도 이런 상황인데 사실상 사용자를 타겟팅 할 수도 없고 광고를 하기도 어려우며 광고 효과를 측정하기도 아주 어려운 환경의 특성 상 적어도 광고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사용자들에게 비용을 받을 수도 없는데 이는 지난 십 수년에 걸쳐 트위터를 통해 충분히 증명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마스토돈 커뮤니티를 운영할까요. 아직까지는 마스토돈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행동 자체나 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는 분들의 사실상 무임금 노동을 통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몇몇 커뮤니티는 도네이션을 받거나 회사의 잉여 자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을 통해 꽤 장기간 운영해 온 서버도 있어 금전적인 동기가 없다고 해서 마냥 모든 서버가 운영 불가능할 거라고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금전적인 동기 없이는 커뮤니티의 성장은 정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커뮤니티의 존속 자체에 위협이 될 겁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서버 운영에는 돈이 드는데 돈을 벌 방법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마스토돈 커뮤니티는 스스로 지향한 분산형 커뮤니티에 별로 근접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일론님이 트위터를 구입해 중앙 집중 방식으로 작동하는 커뮤니티 전체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비해 그보다는 덜 중앙화 된 마스토돈 커뮤니티는 그런 방식의 영향으로부터 입는 피해는 확실히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마스토돈은 분산형이라기 보다는 덜 중앙화된 형태에 가깝습니다.
마스토돈을 시작하려고 마음 먹으면 맨 먼저 겪게 되는 어려움은 바로 서버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마스토돈은 분산 되어 있어 서버를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먼저 이 과정은 커뮤니티에 진입하려는 개인에게 거대한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마스토돈은 사실상 서버 이동성이 없기 때문에 서버를 선택하는 행위가 아주 중요하며 앞에서 언급한 블루스카이와 비교해 분산된 서버 사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핸들을 만들 방법도 없습니다.
서버 단위로 분산된 모양은 트위터처럼 한 번에 전체 커뮤니티에 영향을 받는 사례는 적겠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사용자가 많은 서버가 있고 이들의 결정이 커뮤니티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가령 사용자가 아주 많은 서버로부터 어떤 이유로든 차단되면 여전히 마스토돈에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써 기능 대부분을 상실하게 됩니다. 트위터에서 계정이 차단되어 글을 못 쓰게 되는 상황과 마스토돈에서 대형 서버에 차단되어 글을 써도 아무도 읽을 수 없게 되는 상황 중 어느 쪽이 더 나쁠까요.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동작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스토돈 커뮤니티는 분산은 되어 있지만 정작 이들이 분산된 상태를 유지한 상태를 유지하며 서로 상호작용 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거의 프로토콜의 결함에 가깝다고 보는데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특징이 바로 릴레이 서버의 존재입니다. 마스토돈 서버 각각은 서버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다른 서버의 사용자들과 상호작용 하기 전에는 다른 서버의 존재를 모르는데 이 상태에서는 같은 서버 사용자들끼리는 쉽게 상호작용 할 수 있지만 다른 서버는 존재 자체를 모르므로 사용자들 사이에 개인적인 수준의 연결 없이는 사용자들에게 충분한 커뮤니티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릴레이 서버에 마스토돈 서버 각각을 등록해 마스토돈 서버들이 서로 다른 서버의 존재를 알아내고 사용자들 수준에서 상호작용 하기 전부터 다른 서버와 상호작용 가능성을 미리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스토돈 서버와 별도로 동작하는 이 릴레이 서버의 존재는 근본적으로 마스토돈 커뮤니티가 온전히 분산된 구조에 기반해서는 통일된 커뮤니티로써 동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릴레이 서버 없이는 마스토돈 서버가 아무리 많이 늘어나더라도 사용자들 각각이 다른 서버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 하지 않는 이상 각 서버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며 이는 마스토돈 전체 사용자가 충분히 많다 하더라도 편리하게 상호작용 할 수 없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시작할 때 예측에 실패한 블루스카이는 분산 환경을 표방했지만 중앙 집중된 형태로 시작해 커뮤니티에 참가하려는 사람에게 앞으로 사실상 변경 불가능한 서버를 선택하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기술적인 난이도가 있기는 하지만 ICANN 도메인에 기반한 서비스에 독립적인 핸들을 확보할 수 있게 한 점은 장기적으로 다른 서비스에 같은 기능을 도입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아무 관계 없는 서비스조차 같은 핸들을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물론 블루스카이 역시 추후 분산 환경을 도입할 때 서비스 운영 주체에게 금전적인 동기를 부여할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어 마스토돈 커뮤니티와 비슷한 뚜렷한 한계는 있습니다. 하지만 2023년 늦은 봄 현재 블루스카이 커뮤니티는 완전히 중앙화된 주체가 목적을 가지고 운영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한동안 이 상태가 지속될 겁니다. 이는 마스토돈 커뮤니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오래 유지될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2024년 초 즈음에 마스토돈 커뮤니티는 신규 사용자 유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규칙에 의해 커뮤니티가 단절되는 현상을 겪고 또 릴레이 서버로 대표 되는 사실상 분산 되지 않은 구조 때문에 서버가 늘어나도 사실상 서로의 존재를 잘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커뮤니티가 정체 되거나 사실상 의미 없는 상태가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전에 블루스카이에 했던 예상이 처참하게 실패했기 때문에 마스토돈을 잘 사용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이번 예상 역시 실패하기를 개인적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