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요약 회고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 동안 매달 초가 되면 그 전 달에 썼던 글을 다시 읽고 한 문단으로 요약하는 글을 만들어 공유했습니다. 처음에는 월 초에 지난 달에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요약하는 행동이 읽는 사람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쓰는 저 자신에게는 도움이 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좀 달랐고 석 달 동안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주말을 제외한 나머지 평일에는 매일 글을 하나 씩 공유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한달에 대략 스무 개 정도를 작성해 공유해야 해서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월초에 거의 한 주 정도를 전 달 글을 요약한 글을 공유하면 한 달에 스무 가지 대신 열 다섯 개만 글을 쓰면 되니까 훨씬 덜 부담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 실험에는 퇴고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퇴고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기 시작하므로 하루에 글 하나를 공유하는 속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글 쓰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글을 작성하고 오타만 수정해서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한 문단으로 요약하며 퇴고하지 않는 결정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결정인지 스스로 느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블로그는 접근성이 굉장히 낮은 매체라고 느낍니다. 텍스트 위주 블로그가 널리 알려지던 시대에는 블로그 글을 모아 보여주는 사이트나 서로 블로그 글을 구독하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요즘 세상에는 오직 구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글이 공유되는 채널을 만들어 볼 작정으로 트위터를 사용해 왔는데 글이 딱 한 번만 공유되고 지나가니 노출 효과가 낮았습니다. 그래서 앞 달에 쓴 글을 요약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노출 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셨다시피 의도 대로 잘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전에 쓴 글을 다시 읽고 한 문단 정도로 요약하는 일 자체는 의미 있었지만 요약만 작성하고 넘어가기에는 마무리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전에 쓴 글에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발견했다 칩시다. 퇴고하지 않으므로 마음에 안 드는 점은 항상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글을 수정하거나 다시 써야 마음에 안 드는 상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요약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 장착한 장비가 인벤토리를 차지해야 할까요?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이걸 다시 읽어보니 어처구니 없는 곳에서 그냥 결론 내고 끝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요약하고 지나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요. 위키 스타일이라면 이전 문서를 수정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 방법이겠지만 블로그는 수정 역시 글을 통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 장착한 아이템이 인벤토리에 남아있는 게임은 왜 그럴까를 다시 작성했습니다. 이후 생각이 바뀌면 또 다시 생각을 수정한 글을 작성하며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또 하루에 하나 씩 뭐든 공개하는 속도에도 맞추려고 합니다.
월 초에 새로 작성한 글을 공유하는 대신 요약을 공유하다 보니 글을 공유하는 속도보다 글을 작성하는 속도가 빨라져 글을 쓰는 시점과 공유되는 시점 사이에 차이가 너무 커졌습니다. 한 달 정도 버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거의 반 년 정도 버퍼를 만들었습니다. 웹사이트에는 바로 공개되어 있으니 직접 웹사이트를 통하거나 구글 검색을 통해서는 미래에 트위터를 통해 공유할 글을 볼 수 있지만 사실상 이렇게 접근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때문에 트위터를 통해 글이 공유된 다음에야 읽히기 시작하는데 이 사이에 기간이 너무 길어 글에 시의성이 떨어지는 상태가 됩니다. 종종 시의성이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은 글은 바로 다음 주에 공유하도록 설정하고 나머지 글을 뒤로 미루는데 이러면서 나머지 들의 시의성이 더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요약 작성을 그만 두고 요약을 공유하던 월 초 기간에도 다른 주제로 작성한 글을 평소처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쓴 글을 다시 읽는 시점을 다음 달 초로 고정하는 대신 트위터에 공유되도록 예약해 놓고 스스로도 타임라인에 나타난 글을 생소한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이 달라졌거나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시점에 글을 새로 써서 공유 대기열 맨 뒤에 놓고 있습니다. 그러면 또 몇 달 뒤에 타임라인에 다시 나타난 글을 다시 읽고 생소함을 느껴 다시 글을 작성하는 개인적으로는 선순환이라고 생각하는 상태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