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캐릭터와 공정한 경험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하나 같이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용어 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 단어들을 사용한 사람들이 기술적 배경이 약한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남발하기도 하는 가운데 제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 역시 이 키워드 모두의 영향을 받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전 까지는 전통적인 MMO 게임을 만들어 왔는데 처음에는 MMO 게임의 경제 시스템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일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게임 내 경제 시스템 사이를 구획으로 나누고 각 구획 사이를 통과할 수 있는 재화에 강한 제한을 만들어 인게임 경제 전체는 구획 별로 나뉜 작은 단위로 동작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설계는 왜 현대 게임에 그렇게 많은 종류의 재화를 사용하나요? 같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게임디자인 관점에서는 수많은 재화를 지탱하는 보조 장치를 설계하는 도전 거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블록체인이 처음 나타났을 때 여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된 장부를 통하면 사회적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꿈과 희망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온갖 현실적인 문제,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쳤고 이제 그런 꿈과 희망의 시기를 지나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기술적 제한 안에서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적 도전거리를 찾아보고 실제로 이를 시도하는 시대가 도래합니다. 가령 한때 NFT는 디지털화 된 자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통적인 자산과 동등한 수준으로 모든 사람들 사이에 약속이 일어나기까지는 아주 긴 시간에 걸친 신뢰 적립이 필요한데 NFT는 너무 급하게 이런 신뢰가 미래에 생길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신뢰를 얻어 약속을 만들어내기 전에 너무 많은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현대에 NFT는 모든 참여자들에게 공개되어 있기는 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수준이 격하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읽고 쓸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존재는 따로 떨어진 여러 플레이어들이 서로 직접 협력하지 않고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느슨한 협력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를 쓰는 가장 흔하고 또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 NFT입니다.

최근 지금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NFT 세일을 마쳤습니다. 굳이 세일이 끝난 다음에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굳이 광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입니다. 타임라인에 나타나는 NFT 세일 광고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NFT 중에서도 게이밍 NFT는 초반에 널리 판매됐지만 판매자들 대다수가 게임 프로젝트를 만들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은 아마도 게임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개발하기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NFT 판매를 활용했는데 게임 프로젝트는 아무리 거지 같은 결과물을 만들래도 생각보다 큰 돈이 들며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망한 게임 소개하는 영상에 나오는 그런 망한 게임이라도 만들려고 하면 NFT를 팔아 조달한 자금 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NFT 구매자들도, 판매자들도 서로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생각보다 잘 하고 있다에서 게임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대략 설명했는데 NFT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어지간한 봐 줄 만한 게임을 만드는데 필요한 전체 개발 비용의 1%도 확보하기 어려울 겁니다.

판매자들도, 고객들도 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초기 게이밍 NFT 판매가 활발하게 일어났고 이 판매가 실제 개발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수없이 일어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고객들 역시 그 정도 개발 비용을 부담하면 자신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게임에 반영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토큰을 구입했을른지도 모르지만 그런 방식의 의사결정은 제대로 동작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NFT 구매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런칭에 도달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서로 전혀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게임에 블록체인을 연동해 경제시스템을 외부에 노출 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 관점에서 전통적으로 게임 런칭 전에 NFT를 선 판매하곤 하는데 이는 개발기간 내내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을 유지하고 런칭 시점에 다양한 주체들과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 미리 준비하기 위함입니다. NFT를 판매해 얻은 돈으로는 개발비는 커녕 커뮤니티 유지를 보조하는 비용으로조차 사용할 수 없을 만큼 거의 의미 없는 금액이지만 블록체인에 연동할 게임을 개발하는 시장의 전통을 따르고 개발 기간 동안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딱히 필요하지는 않지만 전통의 방법을 따르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보유하고 있으면 미래에 게임을 런칭한 다음 여러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게이밍 NFT를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고객과의 약속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앞으로 개발을 계속하는 기간 내내 이 판매를 통해 고객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할 겁니다.

아! 이 이야기를 하려던 생각이 아니었는데 엉뚱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고 말았네요. 제목에 ‘다양한 캐릭터와 공정한 경험’이라고 써놓고는 NFT 파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으니 이거 낚인 거 아닌가 생각하셨을 수 있는데 제목과 같은 이야기를 하려던 것 맞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와 아주 관련 없는 이야기는 아니니 그럼 지금부터는 제목에 맞는 캐릭터의 크기와 게임 플레이의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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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판매한 NFT 컬렉션은 근미래에 인게임에 나올 캐릭터인데 여러 세계 사이에 물건 호환 방법을 통해 우리들 스스로가 메타버스로써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제작한 에셋을 게임에 자연스럽게 포용하기 위해 굉장히 도전적인 아트 스타일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NFT로 발행된 캐릭터들을 보면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들이 많은데 이들 중에는 위에 예로 든 이 캐릭터 처럼 처음부터 굉장히 화려한 장신구를 장착한 채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인게임의 무언가를 NFT 모양으로 판매할 계획을 세울 때 NFT는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인게임에 들어올 때는 게임의 규칙에 따라 의상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어야 하고 이 변화가 다시 NFT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NFT를 주로 구입하는 분들 관점에서 NFT의 변하지 않는 속성이 중요하게 인식되어 게임의 규칙에 따라 캐릭터가 변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NFT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음이 밝혀집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전까지는 화려한 장신구를 포함하지 않은 캐릭터를 주로 테스트에 사용했지만 이제 화려한 장식을 두른 캐릭터들이 게임에 직접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슈터 장르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플레이를 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투 담당자는 일단 이렇게 캐릭터 자체가 큰 경우에 이 캐릭터가 슈터 환경에서 어떤 판정에 놓일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남들보다 많은 장신구를 두르면 남들보다 더 눈에 띄고 더 커서 총에 맞기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화려한 NFT 캐릭터를 보유한 고객들이 슈터 환경에서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도록 내버려 둬야 할까요? 아니면 더 화려한 NFT를 보유했다 하더라도 게임 상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뭔가 방법을 제공해야 할까요. 전투 담당자님은 처음에 모든 플레이어들이 동일한 슈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설정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판매한 NFT에 기반한 캐릭터들은 장차 우리 게임에 다른 고객들보다 먼저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지켜봐 왔음을 증명하는 고객들의 캐릭터입니다. 심지어 이들은 우리들을 믿고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그 금액은 개발 비용을 전혀 감당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감사 표시로 미래에 게임 상에서 이 캐릭터를 가진 고객들에게 유리한 혜택을 줄 계획입니다. 때문에 이 캐릭터들은 게임 상에서 이미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어 그 유리함이 슈터 경험 자체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외형에 관계 없이 슈터 경험의 공정함을 위해 게임을 만들다 보면 재미 있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스스로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 NFT에 기반한 캐릭터는 그 존재 자체에 이미 의미가 있습니다. 이 캐릭터를 들고 슈터 환경에 진입한다면 이미 이 고객은 자신의 캐릭터가 가진 핸디캡을 감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더 유리한 슈터 경험에 집중한다면 이 고객은 다른 더 일반적인 캐릭터를 사용해 슈터 환경에 진입할 겁니다. 그래서 게임 상의 기본적인 동작을 수행할 때 일어나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룩 자체가 시선을 더 쉽게 끌거나 더 쉽게 충돌하거나 면적이 더 넓어 더 쉽게 피격되거나 숨기 어려운 등의 상황은 고객의 선택이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한편 오래 전에 TPS 게임에 참여했을 때 캐릭터마다 몸 크기가 꽤 달랐고 또 자세도 달라 벽 뒤에 숨을 때 캐릭터마다 유불리가 갈렸고 또 장신구를 장착하면 이 상황이 더 심해졌지만 고객들은 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정말 캐릭터 크기에 의한 유불리에 민감한 고객들은 이미 가장 작은 캐릭터를 선택했고 이 정도 유불리 정도는 실력이나 전략으로 커버할 수 있는 고객들은 오히려 눈에 잘 띄는 장신구와 큰 몸집의 캐릭터로 상대를 킹받게 하곤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멀리 돌아 왔는데 우리는 전통적인 MMO 게임에 블록체인을 통한 경제 시스템 노출을 포함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NFT 판매는 개발 비용에는 거의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지만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게임들의 그리 길지는 않은 전통에 따라 미리 고객들에게 우리들을 알리고 미래의 비즈니스 기회에 대비하기 위해 NFT 세일을 했습니다. 우리들 스스로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써 다양한 아트 스타일을 포용하기 위해 도전적인 아트 스타일을 선택했으며 그 결과로 독특한 형태의 캐릭터가 나타났고 캐릭터에 따라 슈터 경험에 불리할 수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할까 했으나 일단은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캐릭터들은 그 존재 자체로 이미 게임에서 유리함을 가질 예정입니다. 때문에 슈터 환경에서마저 공정함을 위한 장치를 하는 것은 오히려 이 캐릭터들에 대한 또 다른 유리함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캐릭터들은 그 도전적이고 특수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슈터 경험은 그 캐릭터의 특징 그대로에 기반해야 하며 현재의 신뢰에 대한 보상은 슈터 경험이 아닌 게임의 다른 기능을 통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