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블로그 요약 (3)
2022년 7월 블로그 요약 (2)에 이어 세번째.
마일스톤 시작할 때 기획서가 완성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일스톤 시작할 때 마일스톤 목표에 해당하는 기획서가 모두 완성된 상태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기획팀은 하나이고 팀에 속한 모든 스탭들이 이전 마일스톤 마감 기간에 이전 마일스톤 업무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이전 마일스톤 후반에 다음 마일스톤 기획서를 먼저 작성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상적으로는 마일스톤 목표를 줄여 기획팀에 마일스톤 후반 시간을 확보해 주거나 아예 인원을 늘려 이번 마일스톤 마감에 대응하는 인력과 그렇지 않은 인력을 구분한다면 다음 마일스톤 시작할 때 기획서가 완성되어 있는 행복한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역 타이틀은 언제 보여주고 언제 안 보여줄까요?
단순해 보이지만 인게임에서 실제 동작할 상황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례입니다. 지역 타이틀은 단순히 레벨에 볼륨을 쳐 놓고 볼륨 안에 들어갈 때 보여주면 됩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짧은 시간 안에 볼륨 안팎을 오갈 때 지역 타이틀이 계속해서 반복될 겁니다. 인터페이스에 쿨타임을 줘 해결할 수 있지만 쿨타임보다 짧은 시간 안에 지역 타이틀을 보여줘야 하는 존 이동이 일어난다든지 걸어서 볼륨에 진입하는 대신 다른 이동수단을 사용해 불연속적으로 볼륨에 진입해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거나 순간이동을 통해 볼륨 안에 생성되는 등의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주의사항은 지역 타이틀 업무를 하고 있었더라도 인터페이스에 쿨타임 기능을 넣는 업무는 지역 타이틀 관점이 아니라 공통 인터페이스 관점에서 처리하는 것입니다.
왜 경험치 게이지는 화면 아래쪽에 있나요?
경험치 게이지는 바로 앞 지역 타이틀은 언제 보여주고 언제 안 보여줄까요?와 비슷하게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이야깃거리가 있는 요소입니다. 게임 중후반에 가면 레벨을 올리는데 막대한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에서 가장 올리기 어렵고 변화가 적은 숫자가 경험치입니다. 동시에 플레이어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숫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숫자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면 화면에서 가장 긴 독립적인 영역을 사용해야 하고 현대 모바일 게임에서는 화면 가장 아래쪽 영역이 이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최대한 길게 경험치 게이지를 표시해 작은 변화라도 눈에 띄게 합니다. 동시에 경험치 숫자는 소숫점 여러 자리까지 표시해 몬스터 한 마리를 잡더라도 숫자에 변화가 일어나도록 합니다.
이동경로를 파괴하는 던전 연출에 대해
인스턴스 던전에서 소수의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연출은 플레이어들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줍니다. 종종 이런 연출은 이동경로 파괴를 포함하는데 뒤로 돌아갈 경로가 부서지는 연출과 이에 의해 실제로 환경이 변화하는 경험은 훌륭하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려할 점이 많습니다. 먼저 이동 경로를 파괴하기에 앞서 모든 플레이어들이 이 경로를 지나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 파괴된 경로 이전에 부활 지점이 있어 죽었을 때 플레이가 불가능해지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부활 규칙에 따라 파괴된 경로 이후에 부활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부활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고려를 좀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보스룸 같은 개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기획에는 단단한 컨셉이 필요해요
시스템디자인 하던 사람들에게 규모가 큰 할일을 맡기면 잘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규모가 큰 기능도 작은 기능의 집합으로 보고 기능 단위로 접근할 때가 대표적입니다. 큰 기능은 물론 작은 기능의 집합으로 분해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진행하면 협업 부서의 모든 사람들이 자잘한 기능 하나하나의 필요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자신이 경험한 더 나은 플레이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모두의 의견을 받다 보면 개인이 불행해집니다. 규모가 큰 기능은 낱낱의 기능 요구사항의 집합으로 접근하기에 앞서 기능 전체를 관통하는 단단한 컨셉이 필요합니다. 컨셉은 실제 낱낱의 기능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이 기능의 집합을 바라보는 협업부서 사람들에게 낱낱의 기능 집합을 도출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문장 없이 도는 균열
디아블로 이모탈의 태고 균열은 문장을 넣고 던전을 돌아 전설 아이템과 자원을 획득하는 장치입니다. 문장은 일반 문장과 전설 문장, 그리고 영원의 전설 문장으로 나뉘며 문장의 수량과 구성에 따라 다른 보상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균열은 아예 문장 없이도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던전에 문장을 설정하는 행동이 대단히 중요하다면 문장을 던전 입장 재화로 설정해 문장이 없으면 아예 던전에 입장하지 못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이 설계도 우효합니다. 문장 없이 균열 돌기를 허용하면 균열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메커닉이 되지만 문장을 입장 재화로 설계하면 성장 크리티컬한 메커닉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이 설계는 신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