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럴랜드 네임 사례
이전에 ENS를 만들어 보니 이게 가능성이 있는 개념이라는 점에 동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NS에 대해 짧게 설명하고 넘어가면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서 퍼블릭 키를 대신하는 이름입니다. 흔히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도메인 네임 역할을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서 한다고 보면 됩니다. 블록체인 상에서 NFT 모양으로 나타나며 NFT와 똑같이 거래할 수 있습니다. ENS는 두 가지 스마트컨트랙트에 의해 제어되는데 하나는 거래 가능한 토큰의 특성을 부여하는 컨트랙트, 다른 하나는 이더리움 네임을 조회할 때 이에 대응하는 원래 지갑 주소를 반환하는 컨트랙트입니다.
SBT 사례를 보면 이더리움은 각각의 지갑 주소를 단순히 토큰을 주고 받는 퍼블릭 키 역할에서 지갑을 소유한 개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대신하는 역할로 발전시켜 갈 작정인 것 같아 보입니다. 개개인의 아이덴티티를 퍼블릭 키 모양의 어처구니 없는 문자열로 대신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테니 이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모양의 ENS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당연한 흐름입니다. 다만 ENS는 고대에 ICANN 도메인이 그랬던 것처럼 요구사항 반영에 의한 발전이 느리고 이 표준이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서비스에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가령 지금까지 사용해 본 ‘거의 모든’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에 ENS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ENS에 포함된 '.' 문자가 오류 처리되어 민트리스트에 등록하기 위해 ENS를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더스캔에서조차 ENS가 온전히 지원되지 않는데 ‘.eth’로 끝나는 ENS는 지원했지만 ICANN 도메인 기반으로 생성한 ENS는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원하지 않게 접미사에 ‘.eth’를 붙이는가 하면 ICANN 도메인 기반의 ENS는 조회 결과에 아예 표시되지도 않습니다.
디센트럴랜드는 이 ENS를 사용해 디센트럴랜드 네임이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여겨 봐둘 만은 합니다. 개인이 ENS를 만들려면 별도 비용을 내야 합니다. 일단 ENS를 생성하고 나면 서브도메인을 제한 없이 생성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아주 작은 가스비만 내면 됩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가스비가 높아 여러 서비스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기 어려워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감당할 만한 수준인데요, 디센트럴랜드는 이를 활용해 디센트럴랜드 빌더 앱에서 게임 내 구성요소에 ENS에 기반한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이 이름은 디센트럴랜드 안에서 유일할 뿐 아니라 이더리움 블록체인 전체에서도 유일한 이름입니다. 인게임에서 구성요소의 이름으로부터 지갑 주소, 이메일 주소, 웹사이트 주소 등 다영한 정보에 접근할 수도 있게 됩니다. dcl.eth
ENS 유지비는 디센트럴랜드에서 내므로 서브도메인을 생성한 각 사용자들은 가스비 이외의 비용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도메인 접미사가 .dcl.eth
로 고정되기는 하지만 퍼블릭 키를 직접 주고 받는 것 보다는 훨씬 상황이 나아집니다.
다만 처음에 이야기한 ENS의 불완전함에 기반한데다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높은 가스비로 인해 핵심 기능을 폴리곤 블록체인에서 구동하고 있는 디센트럴랜드의 특성이 맞물려 좀 이상한 상태처럼 보이긴 합니다. 일단 디센트럴랜드는 폴리곤 블록체인 기반으로 동작합니다. 폴리곤은 빠른 트랜잭션 속도와 아주 낮은 가스비가 특징인데 폴리곤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사이드 체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ENS를 직접 지원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ENS 자체가 널리 활용되지 않아 디센트럴랜드 네임을 만든다 하더라도 널리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또 디센트럴랜드를 플레이하는데는 메틱과 이를 교환한 마나만 필요했는데 갑자기 이더리움 가스비가 필요해집니다. 여기에 서브도메인 등록에 필요한 가스비를 충당하기 위해 디센트럴랜드 네임을 구입하는데 메틱을 요구하는데 이 역시 이해는 되지만 직관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디센트럴랜드 네임은 마치 네이버 블로그 주소를 만들면 address.blog.me
같은 주소를 얻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디센트럴랜드 서브도메인으로 된 ENS 주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ENS 자체가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지 않으며 폴리곤 네트워크에서는 더더욱 잘 지원하지 않아 활용하기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