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두 가지 토큰을 사용했을까요?
몇 달 전에 크립토 게임에 사용할 토큰 체계를 설계할 때 가질 마음가짐에서 전통적인 크립토 게임이 블록체인에 연동되는 두 가지 토큰을 사용해 각각을 인게임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 토큰과 게임 다오에 참여하는데 사용하는 거버넌스 토큰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설명하고 실제로는 이렇게 잘 동작하지는 않으며 이를 감안해서 토큰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블록체인 중심적 표현에서 새로운 멤버님께 이것 저것 설명하다가 블록체인 중심적 표현 때문에 혼동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이와 별개로 여러 게임에 블록체인에 연동된 두 가지 토큰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여기 답하면서 블록체인에 연동된 토큰을 둘 이상 사용하는 게임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배경과 이유, 앞으로 변화 방향 예상을 정리해 두면 미래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생각이 맞을지 아닐지 지금은 평가할 수 없지만 한 1년쯤 지나면 평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 그 때는 재미있을 겁니다.
전통적인 게임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다양한 재화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이유를 왜 현대 게임에 그렇게 많은 종류의 재화를 사용하나요?에서 설명했는데 요약하면 게임 상의 어떤 경제적 이벤트가 원하지 않게 게임 전체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통제하는 격리 수단으로 재화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컨텐츠마다 다른 재화를 보상으로 지급하고 각각의 재화 모두를 성장에 요구함으로써 인기가 적은 컨텐츠라도 보상에 의해 일정 수준 이상 동작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블록체인 중심적 표현에서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들이 종종 블록체인 업계에서 일어난 경제적 발견을 실제 세계의 사례 조사 없이 마치 처음 발견한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블록체인 게임이나 서비스 초기에 두 가지 토큰을 도입한 이유는 이 맥락의 연장입니다. 태초에 블록체인 기술을 의사결정에 도입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들은 분명 지금까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권한의 집중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겁니다. 가령 투표는 민주적인 절차이지만 투표 과정 전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 투명하고 위변조가 아주 어려운 기술적 바탕이 있다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겁니다.
종종 게임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은 고객들의 의사보다는 목소리가 큰 이익집단의 의사를 중시하곤 합니다. 이 상황에서 모두가 공정하게 자신이 명시적으로 가진 목소리만큼만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면 이를 기존에 비해 의사결정 권한이 더 많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소위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아주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초기 게임들은 인게임에 통용되는 유틸리티 토큰과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거버넌스 토큰을 만들고 게임 서비스 유지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거버넌스 토큰을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표면적으로는 거버넌스 토큰을 가진 사람들이 일종의 대표 역할을 하며 의회 민주주의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의사결정은 단순히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먼저 어떤 의사결정이 투표 대상으로 주어질지를 누가 결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에서부터 거버넌스 토큰을 가진 어떤 사람을 설득해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할 지의 중간 과정이 정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문제들은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이익과는 별 관계 없는 일시적인 이익에 머무르는 결정일 가능성이 높았고 이는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두 가지 토큰이 각각 화폐와 투표권으로는 동작하지 않는다는 점을 학습한 사람들은 이번에는 두 가지 토큰을 모두 인게임에 통용시키는 시도를 하기도 했는데 전통적인 게임에서 그렇듯 선형성장에 관여하는 토큰과 계단성장에 관여하는 토큰으로 구분해 인게임에 직접 통용시킵니다. 이미 예상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동작하려면 계단성장에 관여하는 재화 한 종류는 인게임의 닫힌 경제에서만 동작해 게임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형태여야 의도한 대로 동작합니다. 선형성장 재화와 계단성장 재화 양쪽 모두가 블록체인을 통해 게임 외부에 노출되어 있으면 이론적으로 충분한 법정화폐를 투입하면 두 가지 토큰에 의해 제어되는 성장 체계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이 그럴 가치가 있는지에 따라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가 결정되기는 할 겁니다.
전통적인 게임 업계는 거버넌스 사례를 제외한 선형성장과 계단성장의 사례를 직접 겪은 다음부터는 닫힌 게임 경제에 여러 재화를 도입해 경제적 이벤트가 통제를 벗어나 게임 전체로 퍼지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제목으로 돌아가 두 가지 토큰을 사용했던 이유는 초기에는 전통적인 게임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다음에는 인게임 경제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블록체인 업계에서 두 가지 토큰을 한 게임에 적용했던 사례들은 모두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 토큰의 사용처가 확실하지 않으며 토큰의 용도가 구분되어 있어도 이들이 게임 밖에서 교환 가능해지는 순간 인게임의 통제가 작동하지 않게 되어 한 가지 토큰처럼 동작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두 가지 토큰의 망령이 한동안은 블록체인 게임의 경제에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토큰을 사용하는 이유와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