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UI를 조작하는 퀘스트는 자동진행 할 수 없나요?
자동퀘스트를 지원하는 여러 게임에서 자동으로 진행할 수 없는 퀘스트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항상 스폰되어 있지 않은 대상에세 이동하거나 월드에 같은 대상의 여러 인스턴스가 배치되어 있거나 대상이 걸어서 이동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경우 자동 진행 동작을 정의하기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기능의 중요성과 개발비용을 감안해 단순하게 처리한 결과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비슷한 장르의 여러 게임이 등장하면서 이런 정의하기 까다로운 부분을 개발한 사례가 등장해 이후 게임들의 표준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플레이한 히트2에서도 익숙한 자동으로 진행할 수 없는 퀘스트를 봤습니다. 이번에 본 것은 위에 설명했던 이유와 다른 형태여서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이 경우는 인터페이스 조작을 요구하는 가이드 퀘스트입니다. 자동퀘스트는 캐릭터를 직접 제어해 수행하는 형태로 개발 되어 있을 겁니다. 가이드 퀘스트 상당수는 게임 인터페이스를 직접 조작해 정해진 목적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캐릭터를 조작해서 수행하는 자동퀘스트와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요구합니다. 퀘스트보다는 튜토리얼에 가까운 기능을 정의해야 합니다. 기능의 중요성과 개발비용을 감안해 인터페이스를 자동으로 조작하는 자동퀘스트 기능을 개발하기보다는 자동진행을 지원하지 않도록 개발했을 겁니다.
전통적인 튜토리얼을 통해 인터페이스 조작 방법을 알려줬으므로 가이드 퀘스트 자동진행을 지원할 것인지 자체를 판단하는 것부터 간단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인터페이스 조작을 자동으로 수행할 경우 유저는 게임의 핵심 성장 방법을 아예 모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욕을 먹으면서도 핵심 성장과정은 전통적인 튜토리얼을 통해 한 번은 수행하게 해야 합니다. 가이드 퀘스트에서 인벤토리에 있는 특정 아이템을 사용하도록 할 때 유저가 튜토리얼로부터 이전에 배운 이 동작을 수행해내기를 기대하지만 잘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이 과정을 다시 튜토리얼 형태로 가이드 해야 할까요? 아니면 빨간점을 통해 가이드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에 빨간점은 이미 게임의 너무 많은 곳을 가리키고 있어 퀘스트를 가이드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 너무 많이 소모됐습니다.
만약 가이드 퀘스트의 인터페이스 조작을 자동으로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페이스가 자동으로 열렸다 닫히게 해야 할까요? 만약 이렇게 만들면 게임이 마치 매크로에 의해 동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인터페이스 조작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하는 동안 유저가 다른 인터페이스를 조작하거나 캐릭터를 조작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의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른 게임에 사례가 아예 없으니 동작을 바닥부터 정의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을 감내할 만한 개발팀은 드뭅니다.
이제 질문으로 돌아가 UI를 조작하기를 요구하는 퀘스트에 자동진행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 설명한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만든 적이 없어 기능의 중요성에 비해 비용이 높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가이드를 퀘스트 형태로 제시하는 것 자체가 올바른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가령 특정 레벨에 도달하는 목표를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에 걸어 놓고 자동진행을 지원하지 않는 것 역시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인터페이스의 원래 용도를 벗어난 사용으로 동작을 정의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는 퀘스트를 자동으로 진행하는 동작을 개발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레벨업이나 가이드가 퀘스트 형태로 제공되는 것 자체가 기능을 잘못 사용해 동작을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특정 아이템 사용을 조건으로 걸어 보상을 주려면 업적으로 바꿔 퀘스트 목록에 나타내지 않거나 대상 아이템을 사용하는 바로가기를 제공하는 편이 낫습니다. 퀘스트가이드에 아이템아이콘을 표시하고 터치하면 인벤토리에 접근하지 않고도 바로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도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자동진행을 지원하지 않는 상황을 피하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