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나라 우편 인터페이스로부터 얻은 교훈
이전에 몇몇 게임의 우편함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제2의나라 우편함은 무척 잘 디자인 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겸사겸사 우편함의 역할 이야기도 해 보고 제2의나라 우편함으로부터 얻을 교훈 이야기도 해 보겠습니다.
우편함은 메타포가 일정하지 않은 게임 내 여러 획득처로부터 아이템과 서비스를 획득하는 균일한 방식입니다. 몬스터로부터 드랍된 아이템은 캐릭터가 어떻게 아이템을 얻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거리에 있는 NPC가 보내온 것으로 묘사되는 아이템을 우편함을 통해 받는 것 역시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페이스를 통한 보상이 인벤토리에 바로 들어오는 상황을 납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대 모바일 게임의 보상 상당수가 인터페이스를 통해 들어옵니다.
보상을 인벤토리에 직접 꽂으면 안되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 인게임에서 출처가 다른 여러 가지 보상을 수령합니다. 인벤토리에 직접 들어온 보상은 이 보상이 어떤 메커닉의 결가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특정 무기의 성장재료를 보상으로 주는 메커닉이 있다고 칩시다. 이 메커닉을 자동퀘스트에 의해 플레이 한 결과로 보상을 받았지만 인벤토리에 직접 받으면 이 성장재료를 받았음을 인지할 수가 없습니다. 우편함을 통해 받으면 먼저 어떤 메커닉으로부터 받았는지 인지한 다음 인벤토리에 들어오므로 플레이와 보상을 연결 시킬 수 있습니다.
상점에서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면 우편 메시지 단위로 받아야 합니다. 우편 메시지 단위로 받아야 구입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상품 하나는 여러 아이템과 여러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성품 중 일부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이를 취소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만약 구입한 상품의 구성 아이템이 인벤토리에 직접 들어와 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구입을 취소하려고 할 때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취소하는 것 뿐 아니라 아이템의 작용 및 작용에 의한 이득을 함께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특히 아이템이 멀티플레이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 사실상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상품이 우편 메시지 단위로 묶여 있으면 인벤토리로 옮기기 전에 구입을 단순하게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귀속 아이템을 직접 인벤토리에 넣으면 원하지 않는 시점에 귀속이 시작됩니다. 게임에 따라 단일 계정에 여러 캐릭터에 걸친 성장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 때 귀속 아이템을 어느 캐릭터로 받을지 결정하는 것이 계정 전체를 성장 시키는데 중요한 의사결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템을 함부로 인벤토리에 직접 꽂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집니다.
제2의나라 우편함이 흥미로운 점은 화면 전체를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편함을 연 상태로도 아름다운 화면을 계속해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도가 모든 인터페이스를 관통하지는 않습니다.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의 핵심 인터페이스가 화면을 절대로 가리지 않는 의도를 공유하는 것과 비교됩니다. 그럼에도 우편함만 떼 놓고 보면 전체화면을 사용해 중간에 빈 공간을 많이 보여주는 휑한 인터페이스와 달리 필요한 공간만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인게임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로부터 얻은 교훈은 강박적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초기 모바일 게임이 팝업 단위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씬 단위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부터 인게임 화면을 잘 활용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인게임 화면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고 인터페이스 대부분이 그 화면을 가려버리는 것은 좀 아깝습니다. 정보량이 많지 않다면 굳이 씬으로 만들어 좌우로 긴 리스트아이템을 억지로 채우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앞으로 이런 인터페이스를 설계할 일이 생길 때 참고할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