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퀘스트 가이드 인터페이스에 순간이동 버튼이 있나요?
지난번에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를 터치할 때 언제는 순간이동하고 언제는 걸어가는지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이동 시간이 짧은 경로를 선택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디아블로 이모탈은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에 별도 버튼이 없습니다. 퀘스트가이드를 터치할 때 동작이 결정됩니다. 반면 리니지W에는 퀘스트가이드를 터치하면 항상 걸어서 이동하고 퀘스트가이드 오른쪽 위에 순간이동 버튼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이유인데요, 이 사례에서는 순간이동에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리니지W의 순간이동은 사용해 보신 분들은 동의하시겠지만 느낌이 굉장히 좋습니다. 굉장히 큰 존을 사용하는데 웬만한 순간이동은 빠르고 경쾌하게 처리됩니다. 비용 안내 팝업에서 확인 버튼을 터치하는 순간 귀에 착 감기는 소리와 그에 어울리는 카메라워크가 일어나며 순간이동이 끝납니다. 순간이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초반에는 비용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동안 진행해서 이 플레이에 익숙해질 적당한 시점이 되면 조금씩 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비용은 게임을 충실히 플레이 한다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또 굳이 순간이동하지 않고 진행할 수도 있고요. 여러 번 이야기한 널리 양해되는 P2W 모델인 시간을 사는 모델인데 심지어 인게임 기본 재화인 골드로 구입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순간이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약간 달라집니다. 이 게임은 상위 컨텐츠에 필드 PvP가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강력한 경쟁에 노출된다는 의미입니다. 플레이어 간의 경쟁은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을 게임 내 여러 행동들을 시간에 민감한 행동으로 바꿉니다. 내가 골드를 조금 덜 쓰기 위해 걸어서 이동하는 사이에 내 경쟁자들은 순간이동을 통해 번번이 수 십 초씩을 절약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성장구간에서는 퀘스트를 더 빨리 클리어하고 보상을 더 빨리 받으며 이를 통해 더 빨리 성장합니다. 이런 차이가 한 번 벌어지기 시작해 시간이 흐르면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어지간한 과금올 통해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이런 배경에서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에 순간이동 버튼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오픈월드에 대한 플레이 성향 상 이런 요소들이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게임이 내게 끊임없이 순간이동을 통해 제 관점에서 공간의 단절을 겪도록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필드 PvP로 대표되는 이 게임의 핵심 컨텐츠에 관심 없이 행동하는 이상 걸어다녀도 문제는 없습니다만 이런 플레이로는 다른 PvP 플레이어들이 필드 플레이를 할 때 병풍으로 작동하는 역할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이 게임에 몰입할 한계 수준입니다.
자, 결론. 퀘스트가이드에 순간이동 버튼이 따로 떨어져 있는 이유는 순간이동에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이 기능을 퀘스트가이드로부터 분리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