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답습
어제(Aug 25, 2022) 런칭한 히트2 초반부를 조금 플레이 해 봤습니다. 소문을 통해 이 게임이 전통적인 리니지 라이크 장르로 개발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장르는 시장에 비슷한 게임이 많아 경쟁이 심한 편입니다. 과거 수집형 장르처럼 시장에 피로도가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고요. 한편으로는 같은 장르 게임이 여러 차례 개발되면서 자잘한 개선점들이 쌓여 이전 게임에 비교해 보면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장르는 고전적인 관점을 고급스럽게 포장한 리니지W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딘이 하한선입니다.
이 장르에서 흔히 사용하는 배경 설정은 그게 무슨 내용이든 기억에 잘 남지 않습니다. 종종 우마무스메 출시와 함께 차트 상위권에 올라온 나머지 게임의 아이콘이 게임 로고 또는 게임 머릿글자인 것과 우마무스메 아이콘이 그렇지 않음을 비교한 글이 올라오곤 합니다. 이 장르 게임들은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 대상을 캐릭터화하기 어렵습니다. 인터페이스를 가리고 이 장르 게임 몇 개를 비교해서 보여주면 한 번에 각 게임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게임 화면을 없애고 인터페이스만 보여줘도 구분하기 어려울 겁니다. 때문에 지적재산권에 기반한 후속작을 개발하기 어렵습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은 극히 드문 예외입니다.
첫 인상은 L2M 그 자체입니다. HUD의 다른 점을 나열한 목록이 더 짧을 것 같습니다. 대강 눈에 띄는 차이는 캐릭터 정보 요약이 좌측 상단에서 좌측 하단으로 내려왔고 절전모드 버튼이 HUD 바깥에 있으며 성장구간의 도전 모드 버튼들이 좌측 상단에 있는 정도입니다. HUD의 유사점만큼이나 업적, 컬렉션, 장비성장 같은 핵심 시스템 역시 그대로 채용했습니다. 조율자의 제단은 흥미로운 컨셉이지만 여느 크고 바쁜 개발팀의 개발 과정을 상상해볼 때 인게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손에 닿는 디테일이 떨어집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면 이 장르의 하한선은 이제 오딘입니다. 자동퀘스트 인터페이스를 만져 보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동퀘스트가 자동전투에 최소한만 관여하는 사례에서 설명한 L2M의 자동퀘스트에서 전투 스텝을 처리하는 방식과 똑같이 동작한 나머지 문제점도 똑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오딘 역시 동작 방식은 거의 같지만 자동전투와 자동퀘스트를 구분한 사례에서 설명한 대로 퀘스트 인터페이스 상태를 잘 설계해서 HUD 상에 충분한 정보를 전달할 뿐 아니라 직관적입니다.
L1M에서 단축슬롯을 아래로 당겨 자동사용하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유효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이 인터페이스를 처음 고안해 적용하는데 굉장한 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공적이었습니다. 1번 슬롯부터 순회하며 쿨타임이 끝난 스킬을 사용하기를 반복하는 동작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제2의나라 아이템 자동사용 인터페이스에서 설명한 항상성 유지 아이템 단축슬롯 역시 동작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이해하고 사용하기는 쉽습니다. 이 인터페이스를 채용할 때 해야 하는 유일한 고민거리는 L1M, L2M, LW와 똑같아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다들 방식은 L1M과 똑같지만 인터페이스를 조금씩 바꾸는데 히트2 역시 슬롯을 아래로 당기면 슬롯이 ‘위로’ 올라가면서 자동사용 상태가 됩니다. 히트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오딘도 마찬가지고 다른 리니지 라이크 게임 모두가 이 장르의 창시자로부터 걸려올지도 모르는 전화를 두려워 해서인지 조작한 방향과 반대로 슬롯을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 이상의 개선이 없었습니다. 이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이 인터페이스는 유용하지만 시간이 흐르면거 개선 여지가 많습니다. 항상 슬롯 순서대로 순회하며 스킬을 사용하므로 개선 여지가 많습니다. BNSR의 스킬 순서 편집이나 LW의 마법회로가 좋은 사례입니다. PvP까지 진행하다 보면 주문서 여러 종류를 단축슬롯에 올려놓고 사용할 일이 생길텐데 이 때 단축슬롯 뿐 아니라 인벤토리를 함께 열어 놓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히트2 인벤토리는 이런 게임성을 의도했을 것 같은 스킬 자동사용 슬롯의 형태로부터 한 예상과 달리 당황스럽게도 인벤토리에 장비장착슬롯이 함께 붙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장착한 장비가 인벤토리를 차지해야 할까요?에서 설명한 것과 달리 장착한 아이템이 인벤토리로부터 사라지지 않으면서도 장비장착슬롯이 별도로 있으며 그나마 장비장착 인터페이스가 열려 있는 인벤토리가 화면을 더 많이 가리는 방법으로 아이템 인벤토리에 붙어 있습니다.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화면을 가리지 않는 인첸트 인터페이스에서 설명한 핵심 인터페이스 설계 철학을 지키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가이드가 부족해 진행을 어렵게 만듭니다. L2M이 왜 자동퀘스트로 회복의 신녀에게 이동 할 수 없나요?에서 설명한 세계에 같은 NPC가 여러 명 있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NPC에게 자동이동 할 수 있으며 마을 안에서도 NPC 별 자동이동을 제공하는 것과 히트2는 달리 마을에서 내가 직접 NPC를 찾아 가야 합니다. 이 순간 미니맵 인터페이스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L2M의 미니맵은 필드 자동전투에서 과다한 정보를 제공해 사실상 쓸모가 없는데 이 특징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그나마 마을에서 NPC 각각을 찾아가는 기능이라도 있었는데 히트2에는 이 기능이 없습니다. 스킬북을 더 사고 싶고 분명 마을에 스킬북 상인이 있을 텐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퀘스트로 준 스킬북 두 개로 배운 스킬로 연명하는 중입니다. LW나 오딘에서 마을에 들어가면 전투 인터페이스를 마을 내비게이션 인터페이스로 바꾸거나 L2M에서 미니맵 자리에 마을 NPC 내비게이션 인터페이스를 띄우는 것과 비교됩니다.
월드맵에서 필드 별 몬스터와 아이템을 안내하지만 게임의 나머지 시스템과 통합되지 않습니다. 크고 바쁜 개발팀의 개발과정을 상상해 보면 왜 이런지 이해가 안 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월드맵의 아이템 안내와 아이템을 요구하는 컬렉션 등의 나머지 게임 시스템이 획득처 안내를 통해 서로 잘 연동되지 않아 항상 작업기억에 의존하게 됩니다. 컬렉션에서 아이템을 보고 제작에서 재료를 본 다음 재료 목록을 단기기억에 저장하고 월드맵의 필드 설명에 아이템 안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아니 대체 왜.
버프와 디버프를 표시하는 규칙들을 살펴보면 히트2는 L2M과 달리 좌측 하단의 하단에 깔려 있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아직 보스를 상대해 보기 전이지만 보스 정보는 화면 중앙 상단에 나타날 거라고 예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전투 중 디버프 정보를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전투 설계가 버프 및 디버프 의존성을 줄이는 형태여야만 문제가 없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한동안 플레이 하며 좀 더 살펴볼 작정입니다. 아. 십 수년 전 테라로부터 시작된 너무 낡은 캐릭터 표현 방법이 회자되는 것을 봤는데 이 게임의 흥행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만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게임 전체가 강력하게 PvP를 향해 드라이브 되는 게임으로 자잘한 표현은 이슈가 될 수야 있겠지만 게임 전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다만 서든어택2 때 처럼 초반에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키는 모양이 될까 걱정스럽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