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전투 기능의 내러티브화 사례
리니지W를 처음부터 플레이 하다가 재미있는 사례를 봤습니다. 마법인형을 통해 자동전투 기능을 게임의 내러티브로 만들어 전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자동전투나 자동퀘스트 기능을 모바일 게임에 별다른 생각 없이 넣으면서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모바일 게임에 당연히 이 기능들이 있어야 한다고 봤고 또 고객들도 이를 당연히 납득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이 기능이 없을 때 고객이 겪을 당혹스러움을 생각하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시간을 과거로 돌려 처음 자동전투와 자동퀘스트가 들어간 MMO 게임을 보는 시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때는 모바일 게임도 아니었습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중국에서 만든 PC MMO 게임이었는데 우리들 눈높이에서는 애니메이션도 어색하고 전투는 단순하고 성장에 따라 레벨이 화끈하게 큰 숫자로 올라가며 강화에 따라 아이템에 별이 열댓 개 씩 붙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둘러보며 쉽게 한마디 씩 보탰습니다. 아니 이게 뭐냐. 이럴 거면 게임을 왜 하냐, 퀘스트는 뭐하러 만드나, 레벨이 저렇게 몇 백 씩 올라가는 거 너무 이상하다 등등을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미래를 조금 일찍 봤을 뿐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고 우리가 만드는 게임의 장르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고객은 자동전투와 자동퀘스트가 없는 게임에 오히려 당혹스러워 하는 시대가 되었고 과거 우리들이 거들던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을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를 터치해 자동퀘스트를 시작하는 튜토리얼을 보여주는 게임이 널려 있었습니다. 자동퀘스트는 그냥 게임에 당연히 있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절대 게임 자체의 내러티브에 통합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기능들은 그냥 GUI의 일부일 뿐이고 그냥 터치하면 자동으로 퀘스트를 진행할 뿐입니다. 퀘스트 목표가 사냥이면 자동전투를 하고요. 게임에 몰입하고 싶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맙니다. 나는 다음 NPC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내가 하는 조작은 게임과는 별 상관 없어 보이는 퀘스트가이드를 터치해 자동퀘스트를 시작하는 겁니다.
리니지W에서는 이를 마법인형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왜 극초반에는 자동전투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들이 있었을까요. 그냥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요. 하지만 이 내러티브에 따르면 아직 마법인형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투를 내가 직접 해야 했습니다. 마법인형을 얻어 기능을 확인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법인형에 의해 자동전투를 할 수 있습니다. 또 게임을 진행하면서 추가되는 여러 자동 기능들은 마법인형의 기능으로 포장됩니다. 그냥 퀘스트가이드를 터치하면 자동퀘스트가 실행되는 대신 마법인형을 사용하는 인터페이스가 퀘스트가이드와 자동전투 버튼으로 GUI 상에 나타나 있고 이를 터치하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다른 게임의 자동 기능과 똑같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간단한 설정이지만 게임에 몰입을 도와주고 모바일 게임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던 플레이어 지원 기능들을 내러티브로써 이해하고 또 이 기능을 사용할 때마다 계속해서 게임에 몰입을 도와주는 좋은 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