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라이5: 존 시드는 가족들을 속였나
‘파크라이5: 제이콥 시드는 모니터 밖의 나를 세뇌시켰다’에 이어 파크라이5를 플레이하고 나서 스토리를 한가지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에딘의문은 다가올 인류의 종말을 대비하는 집단입니다. 존 시드의 나머지 세 가족이 각자 업무를 나눠 종말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제이콥 시드는 군대를 양성하고 존 시드는 물자를 담당하며 페이스 시드는 환각을 일으킬 약물 생산을 담당합니다. 플레이를 진행해 나갈 때마다 존 시드가 나타나 봉인 해제와 종말의 도래에 대해 침통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데 이 때마다 존 시드를 박살낼 수 있는 스테이지가 다가오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의 엔딩을 보다가 문득 존 시드의 이야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포일러 경고: 파크라이5의 스토리와 엔딩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겁니다. 미래에 파크라이5를 플레이하실 예정이 있다면 이 다음을 읽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존 시드가 에덴의문을 만들고 호프카운티를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미래에 닥쳐올 종말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종말이 도래할 것을 완전히 믿고 있었고 이에 대비했습니다. 가족들에게 호프카운티 곳곳에 자리잡에 만들었고 각자가 강력한 벙커를 구축했습니다. 또 가족들 각각은 스토리 상 자신이 죽을 때가 되면 벙커 안에 교인들 뿐 아니라 포로들까지 밀어넣고는 입구를 닫아버립니다. 그래서 가족들 각자의 목에 걸린 벙커 열쇠를 구하느라 개고생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벙커를 비롯한 모든 종말을 대비한 준비는 실제로 종말이 다가와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종말이 다가올 것을 오랫동안 대비했지만 게임이 시작될 무렵에도 아직 종말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라디오 뉴스에서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소식을 들려주며 플레이어에게도 경고하기는 하지만 종말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종말은 플레이어가 존 시드의 나머지 가족들을 모두 처단하고 마지막으로 존 시드를 굴복시키고 그를 체포하는 순간에 닥쳐옵니다. 플레이어가 존 시드의 가족들을 처치할 때마다 봉인이 해제됐다고 이야기하고 종말이 다가온다고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해 나감에 따라 종말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이건 오히려 에덴의문을 만들어 호프카운티를 희생시키며 준비한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나는 겁니다. 만약 플레이어가 호프카운티에 오지 않았거나 처음에 존 시드를 체포하지 않거나 마지막에 저항하지 않으면 결계는 풀리지 않고 종말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에덴의문은 앞으로도 건제하겠지만 이들이 준비하고 고대해 온 종말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건 존 시드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달가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존 시드는 가족들을 종말에 대비시켰지만 그것만으로는 종말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호프카운티에 나타나 가족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고 마지막으로 존 시드 자신을 체포하려고 시도함으로써 종말이 찾아오고 드디어 수 년에 걸쳐 기다려 온 바로 그 순간이 찾아온 겁니다. 이 결말을 생각해보면 존 시드는 나머지 가족들을 속였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노력은 분명 종말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 주었지만 가족들만으로는 결코 종말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단의 목표는 종말에 대비하는 것이고 교단이 장기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이 종말이 실제로 찾아와야 합니다. 그릭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등장과 가족들의 사망이 필요했고요. 여기까지 생각해보니 의도한 스토리일지는 모르겠지만 존 시드는 종말에 대비하며 나머지 가족들을 속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