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교차로 직진 사례
한아무개 변호사님의 영상은 이 분께서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이름을 알려 업무를 진행하시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당연히 주 고객들이 공감할만한 입장에서 발언해야 자신과 고객들의 이익을 지킬 수 있으므로 항상 일관된 주장을 하는데 가끔 작은 불만을 가지기도 하지만 이 행동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이런 자세가 장기적으로 자동차 운전자들이 도로 위에서 오직 자신들만이 존중받을 대상이고 자신들 이외에 모든 대상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진행을 절대로 방해해서는 안되며 자신들의 진행이야말로 이 도로와 도로를 둘러싼 모든 환경의 존재 이유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건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오늘은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교차로에서 직진하는 자동차 앞에 있는 자전거에게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가 나오는 영상을 보며 코멘트하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보고 자전거를 밀고 가버려도 된다는 발언을 하는 분을 보고 어처구니없다는 코멘트를 하고 말았는데 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위 영상의 사례에서 자전거는 자동차와 같이 도로 우측에서 신호에 맞춰 직진하면 됩니다. 가끔 자전거들이 이런 교차로에서 교통섬에 올라가서 기다리거나 교통섭 왼편에서 자동차들 앞에 나서서 신호를 기다리는걸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교통섬 왼편의 맨 앞에서 기다리는 이유는 자동차들이 신호를 받고 직진할 때 자전거를 무시하고 운행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오른편에 자전거가 느린 속도로 신호를 받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옆을 빠르게 지나가거나 거의 스치듯 자전거를 밀어내며 진행하기도 합니다. 자전거들은 이 자동차들이 자전거를 못 봐서 자신들을 위협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자동차들의 눈에 띄기 위해 교통섬 왼편의 맨 앞에 나가 있는 겁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자동차가 우리들을 모른척하고 밀고 지나가진 않겠죠? 종종 밀고 지나갑니다. 자동차 옆구리에 먼지를 여러번 닦아봤어요.
영상에서 선두는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교차로에 진입해 직진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이 선두는 아마 공도에서 자동차와 부대껴본 경험이 많은 분일 겁니다. 하지만 이분을 뒤따르는 나머지는 공도 주행에 익숙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안전한 주행 방법은 팩을 구성한 모든 인원이 교통섬에 올라가지 않고 모두 교통섬 왼편에 나와 맨 오른쪽 차선을 어느 정도 막은 상태로 신호에 맞춰 출발하고 교차로를 지나며 일렬로 정렬해 직진하는 겁니다. 교차로를 지나며 최대한 빨리 가속해 자동차 앞을 유지하되 그 사이에 일렬로 정렬하기도 해야 하죠. 실은 꽤 난이도 있는 동작입니다.
그런데 선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교통섬 위에 올라가 있다가 직진신호로 바뀌자 횡단보도를 건너 횡단보도 앞에 서있던 차량 뒤를 돌아 우회전으로 진입합니다. 일단 이 행동은 잘못됐고 위험합니다. 이 행동을 왜 하는지는 이해합니다. 진행방향에서 횡단보도를 넘어와서 대기하는 차량이 있었습니다. 교통섬 위에서 이 차량을 피하려면 차량의 뒤를 돌아 횡단보도를 건너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자전거에 탑승한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절대로 보행자와 접촉해선 안됩니다. 이게 무섭다면 내려서 끌어야 합니다. 일단 신호대기중인 차량 뒤를 돌았으면 실은 직진하는 차량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회전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 상황에서는 선두는 후미가 자신을 바로 따라올 거라고 예상하고 교차로를 지나자마자 도로 가운데로 나갑니다. 이 행동은 후행 차량이 무리하게 자전거를 추월하려다가 뒤따르는 자전거를 위협할 것을 예상하는 방어운전입니다.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무리를 관찰해보신 적이 있다면 최선두와 최후미가 유난히 길 가운데로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모두 비슷한 방식의 방어운전입니다. 길 가운데 있는 자전거를 보고 뒤따르는 차량이 속도를 줄일 것을 기대합니다. 만약 제대로 직진신호를 받아 교차로를 지났다면 자전거들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어야 하고 선두는 이를 확인하면 도로 오른쪽으로 빠져 자동차가 진행하게 합니다. 능숙한 팩은 최후미가 교차로 통과 후 정렬상태를 확인하면 이를 앞으로 빠르게 전달합니다.
하지만 이 의도는 잘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후미는 선두와 거리가 생겼고 영상을 찍은 자동차는 선두와 후미 사이에 끼게 됐습니다. 사실 이 상황이면 경험 많은 선두는 자신과 후미 사이에 낀 자동차를 앞으로 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오른쪽으로 피해줘야 하죠. 상황을 보면 이미 후미 중 일부는 우회전으로 진입하면 안될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인도로 진입했습니다. 물론 자전거에 탄 채로 인도에 진입하는 것도 위험한 행동이며 보행자와 접촉하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도로는 충분히 넓지 않았고 맞은편에서 다른 차량이 진행해 오고 있어 추월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더 피해줄 공간이 나타나거나 다음번 교차로에서 의도적으로 길보다 더 오른편으로 진행하며 차량을 추월하게 해 줘야 하는데 그때까지는 자전거가 길 오른편에 완전히 멈추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비켜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이 상황에 경적을 울려버립니다. 이건 내가 여기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로 헤석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자동차도 자전거도 서로 상대가 거기 있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제 각자의 규칙대로 안전하게 움직이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자동차와 자전거들이 저런 행동을 한 의도를 파악하는건 사실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볼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영상의 상황에서 각 사람들이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 짐작은 갑니다. 안타까운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도를 주행하는 자전거들이 공도 주행 규칙을 충분히 이해하고 여기 맞춰서 행동하지 않은 것, 다른 하나는 명백히 피할 공간이 없는 상황인데도 경적을 울린 점입니다. 이건 경적 소리를 듣고 자동차를 인지해 피해달라는 제스처가 아닙니다. 그냥 아무 방법도 없는 상황에 경적을 울려 감히 도로의 유일한 합법적 사용자인 자동차님의 앞을 가로막는 자전거들에 대한 기분나쁨을 표출한 것 뿐입니다. 자전거들이 이 뉘앙스를 몰랐을까요? 아니요. 그러니까 운전자에게 항의한 겁니다. 피할 방법이 없고 서로 상대를 인지한 상황에 울린 경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여기에 더해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 상황을 보고 이들을 밀고 가버려도 된다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어처구니없었습니다. 이게 자동차들의 일반적인 마음가짐일까 하고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