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a RTL510 사용기
자전거 후미등입니다. 지금까지는 문라이트 네뷸라라는 제품을 썼습니다. 공도에서는 눈뽕이 안전이고 생명입니다. 장거리 라이딩을 해야 하면 싯포스트에 하나 붙이고 새들백 뒤에 하나 더 붙였습니다. 둘을 동시에 켜진 않지만 새벽에 검차 받을 때는 동시에 필요하거든요. 그러다가 가민에서 레이더가 달린 후미등을 출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는 선뜻 손이 나가질 않는 가격대였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저는 여전히 같은 후미등을 쓰고 있었고 가민 후미등은 다음 버전이 나왔으며 그마저도 꽤 크게 할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모델이 곧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손이 나갈만한 가격대여서 얼른 사봤습니다. 제품 설명은 구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까 바로 사용기로 넘어갑니다.
후방 경고
후방을 레이더로 감시하다가 150미터 이내에 나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물체가 내 쪽으로 다가오면 헤드유닛 한쪽에 현재 위치를 표시해줍니다. 맨 위쪽에 내 위치이고 맨 아래쪽은 약 150미터 정도로 보면 됩니다. 다가오는 물체가 여럿 있을 경우 점 두 개까지 표시되는걸 봤습니다만 그보다 많은 차량이 접근해올 때는 정확하게 표시해주지 않았습니다. 보통 공도주행을 할 때는 소리를 듣고 나서 뒤를 돌아보거나 가끔 한번씩 뒤를 돌아보며 확인하곤 하는데 이 기계는 100미터 이상 떨��진 곳에서 다가오는 물체를 미리 확인해줘서 내가 소리를 듣기 전에 먼저 알려주고 그 다음에 내가 돌아보며 확인하고 나서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차량이 다가올 경우 이전보다 훨씬 먼저 알고있을 수 있습니다.
상황 별 느낌
시내 주행
사실 시내 주행은 이 기계를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항상 차들이 많고 100미터 뒤까지 감시하지 않아도 언제나 내 주변을 달리는 차들이 있으며 소리를 듣지만 어느 차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정확히 인식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 기계 역시 뒤에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물체가 있음을 계속해서 알려주기는 하지만 그 이상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정차해 있으면 좌회전 차량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소리로 알려줍니다만 이들은 나에게 달려오지 않기 때문에 헤드유닛 디스플레이에서 이내 사라져버립니다.
곧은 길
한적한 곧은 길이 이 기계를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최대 150미터 뒤에 나타나 빠르게 다가오는 물체를 소리로 경고해주고 화면 한편에 띄워줍니다. 실제로는 화면 횐편에 나타나는 거리와 위치는 맨 위에서 맨 아래까지를 대략 100미터라고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헤드유닛이 삐릭 하는 소리를 내고 나서 뒤를 돌아보며 확인할 때까지 시차가 있고 그 사이에도 자동차는 계속해서 달려오고 있으므로 맨 아래를 100미터, 중간을 50미터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곧은 길에서는 특히 상체를 돌리지 않고 고개만 90도쯤 돌려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시야보다 더 뒤에서 오는 차량을 미리 알려줘서 이전에 비해 훨씬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팩라이딩할 때 후미를 본다면 다른 사람들이 자동차를 인지하는 시점보다 훨씬 먼저 신호해 팩을 정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굽은 길
오르막길은 곧은 도로가 길지 않습니다. 이번 커브를 돌면 다음 커브까지 100미터 ���짓인 곳들이 많습니다. 자동차는 내 뒤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커브를 돌아 내 뒤에 갑자기 나타나곤 합니다. 사실 그런 커브는 좌우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곳이 많아 소리가 반사되어 내 뒤에 갑자기 나타날때까지 아예 모르는 경우는 적습니다만 종종 고갯길은 새로 난 큰 길에 접하있는 경우가 있어 소리만으로는 이게 내 뒤에서 오는 차 소리인지 옆에 난 새 길을 지나는 차에서 나는 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 기계를 사용하고 나서 그 둘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커브를 돌아 차가 내 뒤에 나타나면 소리를 듣고 헛갈려하는 제게 이건 내 뒤에 있는 차라고 삐릭 거리며 알려줍니다. 헤드유닛 디스플레이에는 이미 내 뒤 50미터 이내에 갑자기 나타나지만 고개를 돌려 확인하고 조심해서 주행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자전거도로
자전거도로에 자동차가 나타날 일은 드뭅니다. 공사차량이나 작업차량이 나타날 때 정도입니다. 내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물체는 거의 다 나를 추월하는 자전거입니다.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훨씬 작고 자전거도로에는 자전거 말고도 사람도 걸어다니기 때문에 - 성남시는 모든 자전거도로가 보행자 겸용입니다. :( - 잘 인식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사람보다 빠르고 나를 추월할 자전거는 그보다 더 빨라 나를 추월하는 자전거를 모두 미리 알려줬습니다. 그들이 추월하면서 내게 신호를 하든 하지 않든 나는 이미 그들이 올 것을 뒤돌아보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고 이전보다 훨씬 안정감 있게 대처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작동
아직 겪지 못했습니다.
False Positive
아무것도 다가오지 않는데 뭔가를 잘못 인식해서 뒤에 차가 있다고 알려주는 경우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도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하고 오작동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갈 길을 가면 되니까요. 아직까지 이런 상황을 겪지 못했습니다.
False Negative
실제로 뭔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데 이걸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번에는 좀더 큰일입니다. 이 기계를 사용하면서 뒤쪽에 신경을 이전보다는 덜 쓰게 될 겁니다. 기계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이 기계는 보조용이며 너는 항상 네 모든 환경에 신경쓰며 달려야 한다고 경고하지만 실제로는 기계에 의존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뒤에서 다가오는 물체를 알려주지 않는다면 기계가 없을 때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달리며 이런 상황을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뒤에서 차량이 다가오다가 어딘가로 진입하거나 인도 위에 차를 세울 때 경고는 떴지만 뒤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다가오지 않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딱히 잘못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아쉬운 점
헤드유닛에 차량이 다가올 때 좌우에 붉은색 그라데이션이 생겨 경고해주고 차량이 지나가고 나면 녹색으로 변한 다음 사라집니다. 차량이 나타날 때는 소리를 내서 알려주지만 일단 나타난 다음에는 헤드유닛 디스플레이를 봐야 합니다. 복잡한 도로에서 디스플레이를 내려다 봐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소리를 좀 더 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또 컬러 디스플레이는 자연광이나 다리 밑 그늘을 지나갈 때 화면이 잘 보이지 않고 색상을 잘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좌우에 나타난 그라데이션이 녹색인지 붉은색인지 구분이 안됩니다. 물론 이 표시가 완전히 없어진 다음에 마음을 놓을 수 있겠지만 다른 표시방법을 고민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추천
자전거는 타고 달리면 온갖 거지같은 일들을 겪게됩니다만 기계가 뒤를 보고 나보다 먼저 경고하면서 이전보다 상황을 미리 알고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 추천합니다. 지금은 가격도 꽤 내려서 어지간한 비싼 후미등 2.5배 가격 이내에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