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위치를 바꾼 다크패턴
통신사 앱을 실행했다가 나타난 메시지를 보고 잠깐 멈칫했습니다. ‘확인’ 버튼과 ‘다시 보지 않음’ 버튼의 위치가 평소에 누르던 것과 반대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버튼 위치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나 싶어 그냥 내가 예민한가 싶었지만 확인 버튼이 오른쪽 아래에 붙어있는 다른 메시지와 너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 메시지는 통신사 입장에서 별로 오래 걸어놓고 싶을만한 메시지가 아니었고 너무 우연히도 ‘다시 보지 않음’ 버튼이 원래 확인 버튼이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 붙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느낀 이상함에 대해 공유했습니다.
예상하기에 이 메시지는 일정 기간에 걸쳐 앱을 시작할 때마다 계속해서 표시되는 규칙이지만 사용자들의 의사에 따라 메시지를 치워버릴 수는 있고 이에 따라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이 실수로, 아니면 보기 싫은 메시지가 튀어나왔는데 ‘다시 보지 않음’ 버튼이 마침 오른쪽에 붙어있는 통신사의 편리한 배려에 의해 일정 기간에 경과하기 전에도 메시지를 더이상 표시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친절을 제공하려면 다른 앱들이 제공하는 버튼의 위치와 동일한 위치에 버튼을 제공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 그림의 배치 대신 닫기 버튼이 오른쪽에 있었어야 했고 사용자가 실제로 이게 무슨 메시지인지 확인한 다음 다시 보지 않을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어야겠죠.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메시지박스는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사용자들이 통신사 입장에서 별로 오래 유지하고 싶지 않은 메시지를 빨리 영원히 표시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하고 있지는 않은데 그건 저 버튼의 색상 때문입니다. 요즘 앱 대부분이 동작과 관계 없이 특정 상황에서 사용자가 눌러줬으면 하는 버튼의 색상을 다른 색으로 만들어놓곤 합니다. 가령 카카오T 앱에서 사용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승차경험 평가 버튼이 파란색으로 표시되는 식입니다. 평가를 딱히 하고싶지 않아도 파란색 배경이 칠해진 버튼을 나도 모르게 누르게 됩니다. 이 통신사 앱도 거기까지는 비슷했습니다만 버튼 색상이 적색인 이상 사용자들은 이 버튼의 정확한 동작을 한번 더 확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버튼은 게임에선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동작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같은 메시지박스에 ‘삭제’ 버튼으로 등장하곤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추측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팝업을 예정된 게시기간보다 더 빠른 시점에 영원히 없애버리기를 원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확인 버튼을 반대쪽에 붙여놓고 눌러줬으면 하는 버튼을 붉은색으로 표시한데까지는 좋았는데 앱의 색상 테마 상 이 버튼이 적색으로 표시되는 바람에 거의 누를 뻔 한 사용자들의 일부는 이 버튼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을 겁니다. 고의로 사용자들을 어느 정도는 조종하려 한 것 같지만 온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는 게임 만드는 사람이라 다른 게임 인터페이스를 자주 보게 되는데 이 텍스트를 타이핑하다가 그냥 폰에 깔려있던 여러 게임 중 아무거나 하나를 실행해봤습니다. 신기하게도 ‘오늘 그만보기’ 버튼이 위 메시지박스와는 반대방향에 붙어있네요. 저는 우연히도 이런 배치에 더 익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