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개인 계정을 바이럴에 사용한 것은 올바른가
어느 날 오후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일 하고 있을 때 슬랙 채널에 메시지가 나타났습니다. 특정 회사와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거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의문이었습니다. 다들 업계에 어지간한 회사와 어지간한 프로젝트에는 아는 사람이 있었고 우리들 사이에서 한 다리만 거치면 어지간히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서로가 각자 회사와 맺은 계약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쪽 회사와 프로젝트에는 딱히 문제가 있다고 알려진 적은 없었기 때문에 다들 어리둥절한 분위기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어떤 프로젝트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굳이 내부 인원들에게 묻지 않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프로젝트 내부에서 볼 때 아트 퀄리티가 갑자기 좋아집니다. 이전에 제작 요청을 해서 얻을 수 있던 에셋과 새로 제작 요청을 해서 받게 되는 에셋 사이에 뚜렷한 퀄리티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아트팀에서 정말 수고해서 이런 훌륭한 에셋을 만들어 주셨으니 감사한 다음으로 적소에 사용해야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연봉 협상 시즌도 아닌데 매달 같은 돈을 받으면서 갑자기 에셋 퀄리티가 올라간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밖에서는 특정 프로젝트로부터 나온 이력서가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우리들이 사는 세계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전설로만 존재하며 회사는 우리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했지만 프로젝트를 취소할 때 여기에 고용된 인원을 한 번에 해고해 버리곤 합니다. 우리들은 회사에 고용 되기 보다는 프로젝트에 고용되어 있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어 프로젝트에 상태가 점점 나빠지기 시작하면 회사의 해고를 마주하며 서로 험한 꼴을 보기 전에 조용히 이직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아무 신호가 없더라도 시장에 조용히 같은 프로젝트로부터 나온 여러 사람의 이력서가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조만간 그쪽에서 인원 이탈이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평소 점 찍어 둔 인원들에게 넌지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영원히 출시되지 않을 각오로 게임을 만들 때 게임 제목에 붙여 사용하는 금지된 접미사 중 하나인 Forever’를 붙인 채 아주 오랫동안 출시하지 못하고 있던 한 유명한 프로젝트는 결국 출시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출시에 성공하기 약 2년 전에 갑자기 원화와 인게임 에셋이 마구 유출된 적이 있습니다. 이는 프로젝트의 미래에 큰 의문을 느낀 스탭들이 자리를 옮기기 위해 한 일이라고 알려졌으며 회사는 이미 이들이 했을 가능성이 높은 계약 위반을 문제 삼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자원만 가지고 있었던 듯 법적인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직 출시되지 않은 프로젝트의 에셋이나 인원이 유출된다는 것은 프로젝트 입장에서 전혀 좋은 신호가 아니며 업계 전반으로 보자면 주요 인원을 충원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신호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슬랙 채널로 돌아와 몇몇 사람들이 상황을 확인했지만 회사나 프로젝트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그 프로젝트의 에셋이 노출되고 있었고 언뜻 봐서 이는 분명 위에 언급한 다른 게임의 사례와 비슷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인력 충원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자세히 살펴보니 에셋을 노출한 게시물들이 하나같이 예쁘게 게임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는 구성원 개개인이 살아남으려는 의지만으로 수행하기에는 너무 정갈하고 예쁜 모습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는 회사에서 구성원들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에셋을 노출해 바이럴을 일으키려는 시도였고 성공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들은 깜짝 놀라 그 쪽에 아는 사람들에게 황급히 연락을 돌렸고 놀란 가슴을 진정 시켜야 했습니다. 한편 슬랙 채널에서 이야기한 끝에 이제 이런 방식으로 바이럴을 일으키려는 시도가 일어나는 시대라면 다음에 게임을 런칭할 때는 스탭들의 이력서를 타사에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즈니스 부서의 역량 대신 이런 스탭들 개개인에 의존한 바이럴 시도는 효과이 유무를 떠나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름, 소속, 그리고 역할을 밝히고 인터넷에 글을 쓰고 있지만 덕분에 어떤 말을 하든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입니다. 문제를 일으키면 그 즉시 개인이 특정 되어 심각한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이름, 소속 등을 숨긴 채 활동하는데 이런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실상 소속을 밝히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작은 조직에서 이런 시도를 할 경우 시도에 참여한 사람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이 프로젝트 관련자들로 분류해 별도로 관리될 가능성이 있는데 실제로 이런 일은 꽤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 번 이 목록에 들어가면 이후 프로젝트가 런칭 하거나 취소될 때에 걸쳐 별 생각 없이 한 말 하나하나가 프로젝트의 상황을 굳이 네트워크에 흔적을 남길 필요도 없이 프로젝트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근본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구축한 소셜 네트워크는 바이럴을 일으키기에 대부분 적절하지 않습니다. 구성원들 중 네트워크 그래프 상에서 핵심 허브를 담당하는 소위 네임드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이들을 제외한 네트워크의 말단을 담당하는 대다수 구성원들에게 이런 시도는 바이럴은 커녕 좁은 네트워크에 스팸으로써 동작할 뿐입니다.
결론. 개인적으로 이런 시도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효과가 없고 구성원들을 위험에 노출 시키며 타사에 보안 헛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는 이제 같은 방법을 응용해 런칭 전에 타사에 이력서를 돌리는 시도가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을 했지만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