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o.pub 마스토돈 서버 소개

트위터를 사용해 오면서 뉴스에 트위터의 자금 문제가 보도되면 ‘트위터야 아프지마’라고 생각했지 트위터를 떠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트위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생각해본 다음 여기에 한 달에 얼마까지 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이 잇달아 보고되는데도 불구하고 트위터는 딱히 최종 사용자들에게 돈을 받지는 않아 왔습니다. 한번은 억지로 돈을 낼 방법을 찾아본 적도 있었는데 광고가 아니면 딱히 돈을 낼 방법이 없었고 저는 광고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결국 돈을 낼 방법을 찾는데 실패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완전 유명한 트위터 사용자인 일론님이 나타나 트위터를 사버렸습니다. 평소 하던 행동이 있으니 뭔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꽤 규모가 큰 회사를 이렇게 순식간에 변하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회사 직원들이 사라지고 이야기할 주제에 제한을 받고 또 서비스가 불안해지고 여전히 스팸으로 인해 검색은 불가능했습니다. 이전 같으면 ‘트위터야 아프지마’라고생각했을 지도 모르지만 이번에는 진지하게 ‘만약 이렇게 아무말이나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예 없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마침 트위터와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한 회사가 운영하지는 않는 마스토돈이라는 도구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구와 커뮤니티의 특징을 살펴보려면 대충 살펴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로써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데 동시에 관리자는 뭘 할 수 있는지,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함께 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른 인스턴스에 계정을 만들어 참여하는 대신 개인 서버를 만들어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스토돈 커뮤니티에서는 ‘서버’를 ‘인스턴스’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인스턴스’라고 하면 잘 와 닿지 않을 것 같아 ‘서버’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마스토돈은 ‘액티비티펍’이라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표준에 호환되는 마이크로블로깅 도구입니다. 이 설명에 이미 너무 복잡한 말이 많이 나와 당황스럽지만 납작하게 이야기하면 트위터와 비슷한 마이크로블로깅 도구라고 줄여도 크게 틀리지는 않습니다. 트위터 바깥에는 액티비티펍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표준이 있었는데 이 표준을 지키면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도 서로 글과 그림과 영상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마스토돈은 이 표준을 따르는 여러 소프트웨어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액티비티펍에 호환되는 다른 소프트웨어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마스토돈을 선택한 이유는 처음으로 트위터 바깥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알아볼 때 제일 먼저 나타났고 또 구글 검색에 가장 많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더 많으면 문제가 생길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습니다. 여기부터는 액티비티펍 기반 커뮤니티에 마치 마스토돈 밖에 없는 것 마냥 마스토돈을 일종의 커뮤니티에 빗대 설명을 계속하겠습니다. 그냥 ‘마스토돈 커뮤니티’라고 말하겠다는 소리입니다.

마스토돈과 트위터는 서로 상당히 비슷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묘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는데 바로 서버가 여러 개라는 점입니다. 트위터는 세상에 트위터 한 곳 뿐이어서 한 곳에 글을 올리면 처음부터 나를 팔로잉하는 사람 모두에게, 또 내가 쓴 해시태그를 검색하는 모든 사람에게 글이 보이지만 마스토돈은 세상에 여러 서버가 있고 각 서버는 근본적으로 서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각 서버는 서로 통신하기 전에는 그냥 트위터 같은 서비스 여러 개가 있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위에서 액티비티펍 표준을 지키는 서비스는 서로 의사소통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마스토돈 서버들 역시 서로 글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서버를 사용하면 일단 같은 서버를 사용하는 사람들 끼리는 로컬 타임라인을 통해 더 편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고 다른 서버를 사용하더라도 트위터 처럼 서로 팔로잉 하고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개발에 종종 사용하는 형상관리도구인 퍼포스가 중앙집중식인 트위터와 비슷하다면 마스토돈은 깃과 비슷하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마스토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마치 약 10년 쯤 전의 트위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용자 수가 어처구니 없이 적어 대충 타임라인에 자주 나타나는 사람 전체가 마스토돈 커뮤니티의 전체 같은 느낌입니다. 또 커뮤니티가 작아서 그런지 문제도 더 자주 일어나고 이를 해결하며 덜컹거리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 또 한편으로는 서로 더 조심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트위터와 비슷하지만 또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이전과는 꽤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일론님이 트위터에 또 다른 기존 사용자들이 잘 납득하기 쉽지 않은 여러 정책을 펼쳐 트위터 사용이 더 어려워지거나 불편해지더라도 이전만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일론님이 이상한 발언을 하거나 납득이 가지 않는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무력한 느낌을 받았다면 이제는 정 안되면 양다리 걸치고 있는 마스토돈으로 완전히 넘어가 그쪽에 미리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 이전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또 완전히 다르지는 않게 여전히 아무말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무력한 느낌에서 어떻게든 아무말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이런 준비를 계속하려는 의도로 마스토돈 서버를 만들었습니다. 이미 마스토돈 커뮤니티에는 사용자가 아주 많고 굉장히 잘 운영되는 유명한 서버들이 있어 굳이 새로운 서버를 만들 필요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미래에 일론님이 트위터를 이리 저리 흔드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 제 스스로 이런 느슨한 연결로 구성된 커뮤니티에 대해 더 높은 이해도를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려면 직접 서버를 운영해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또 새 마스토돈 서버는 마치 아무 홍보도 없이 동네 상권에서 멀리 떨어진 주택가 구석에 조용히 문을 연 작은 밥집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밥집이 매달 임대료를 지출하며 살아남기 위해 어떤 행동들을 해야 할 지 배울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결론. kono.pub이라는 마스토돈 서버를 만들었습니다. 왜 이런 이름인지 소개해 놓았으니 살펴보세요. 마스토돈이 궁금하긴 한데 시작할 때 어느 서버를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여기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느슨하게 지원하며 아무말을 계속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다른 서버를 선택해도 여전히 아무런 제약 없이 사람들과 지금 트위터처럼 아무말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일론님이 트위터에 계속해서 잘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해도 무력하게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에서 여차하면 아무말을 계속할 다른 곳이 있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거고요. 관리자인 제가 할 일은 서버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도통 손님이 오지 않는 동네 구석의 작은 밥집에 손님이 오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또 뭔가 시도해 보는 겁니다.

궁금하다 싶으면 등록하고 사용해 보세요:
https://kono.p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