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운동 회고
운동 회고 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유는 올해 역대 최고로 운동에 게을렀기 때문입니다. 별로 운동을 하지 않았고 덕분에 할 생각도 별로 없고 쓸 이야기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안했다는 이야기를 내 손으로 타이핑 해 놓으면 다음에는 귀찮아 할 그 순간에 이 글을 쓰는 지금 기억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운동을 안 했다는 이야기를 운동 회고로 쓰겠습니다.
2022년에는 지난 지난 8년 사이에 처음으로 페스티브 500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에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라파 페스티브 500을 달성했습니다. 작년 회고에 언급한 대로 영국에서 직접 헝겊 쪼가리를 보내 줄 때는 아무리 얼어 죽을 것 같은 날씨에도 나가서 자전거를 탔지만 더 이상 헝겊을 보내주지 않게 되면서 참여 의지가 급히 식었습니다. 그래서 2022년에는 오늘(12월 31일)까지 자전거를 타야 하지만 쿨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전 같으면 그래도 좀 탈까 말까 고민이라도 했을 텐데 이번에는 정말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페스티브 500을 그만 뒀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래도 연말에 얼어 죽을 것 같은 날씨에 자전거를 타며 재미 있는 일도 꽤 있었습니다. 오늘도 점심 사러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 고개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을 봤는데 이렇게 한 해를 보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10초 정도 했지만 하지만 추웠고 이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초반에는 즈위프트에서 페이스 파트너를 따라 달렸습니다. 페이스 파트너는 페이스에 따라 적당한 파워를 유지하며 달리는 NPC가 있고 이 NPC를 따라 실제 사람들이 달리는 이벤트인데 따로 시간이 정해진 이벤트가 아니지만 아무 때나 접속해 보면 대부분은 함께 달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실제 세계에서는 혼자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와토피아에서는 혼자 달리면 좀 심심하게 외로워 사람들과 떼지어 달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잠깐 페달을 놓으면 팩이 순식간에 멀어지는데 이 팩을 뒤쫓느라 파워를 쥐어 짜 다시 팩에 합류할 때 느낌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3월에는 첫 브레베로 대전 200에 참가했습니다. 코비드 때문에 한동안 공식 브레베가 개최되지 않다가 오랜만에 개최된 공식 브레베여서 전날 대전에 내려가 자고 일어나 새벽에 출발합니다. 굳이 수도권에서 내려가 참여한 분들이 별로 없어서 오랫동안 함께 달릴 사람은 없었지만 정식 브레베가 그렇듯 페이스가 맞는 분들과 달리다 떨어지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나 달리다를 반복하다 보면 완주할 수 있습니다.
브레베가 열리지 않는 동안에는 퍼머넌트만 해서 달리다 보면 외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는 어디에나 같은 코스를 달리는 분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컨디션이 좋아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대전 300에 나갈까 했지만 시간을 낼 수 없었습니다.
4월에는 두 번째 브레베로 춘천 200에 참여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컨디션이 좋아 바로 이어지는 나머지 브레베에 나갈 작정이었지만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브레베였습니다. 원래 200km 브레베를 더 나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랜도너스 100주년 기념 메달을 받았으니 이제 300km를 달리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아는 분이 참가하신다길래 같이 달리러 나갔습니다.
지난 2월부터 체중 조절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 브레베 이후 4주 사이에 체중이 순조롭게 줄어들길래 좋은 징조라고 생각해 왔는데 실제로 달려 보니 줄어든 체중은 뱃살과는 아무 관계 없었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파워가 딸려 오르막이 나올 때마다 쭉쭉 쳐졌는데 너무 심하게 쳐진 나머지 보통 고개 정상에서 잘 찍히지 않는 퍼져 얼굴을 삐딱하게 기울인 채 맨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사진을 찍히고 맙니다. 이날 이후 체중조절로 몸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깨달았고 체중은 계속 줄여야겠기에 가볍게 운동을 포기합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까지는 인도어와 아웃도어를 잘 섞어서 달렸습니다. 인도어는 주로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아웃도어는 주말에 달렸는데 인도어는 주로 즈위프트를 탔습니다. 하지만 8월쯤 본격적으로 엄청나게 더워져 인도어를 하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자 문득 즈위프트에 매달 지출하는 금액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 즈위프트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바이크컴퓨터에 워크아웃 추천을 사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한동안은 잘 동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즈위프트를 띄우느라 애플티비로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애플티비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요. 워크아웃 조건을 항상 90% 이상 달성했지만 이전만큼 집중해서 달리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이전에 즈위프트 페이스 파트너와 달리며 실제 사람들과 달릴 때처럼 페이스를 올리거나 내리는 대신 화면에 표시된 파워를 맞추기만 하다 보니 집중 만큼이나 재미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 이 상태로 12월 초까지 유지했습니다.
12월에는 일이 바빠져 그나마 인도어 라이딩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12월에는 역대 가장 적은 주행거리를 기록한 채 다음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일단 지금 컨디션으로는 내년 시즌 브레베에 참여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내년 시즌에 브레베에 참여하려면 3월 안에 컨디션을 다시 끌어 올려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고 또 한편으로는 올해는 아웃도어 라이딩을 너무 안 해서 갑자기 바깥에 내던져지면 과연 잘 탈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2023년 시즌을 시작하는 건 둘째 치고 일단 자전거를 들고 밖으로 나가긴 해야겠습니다.